산행기(친구)

용화산행

섬돌 2009. 10. 19. 22:26

산행 코스 : 큰고개 - 용화산 정상(878M) - 불알바위 - 안부 - 고탄령 - 절터(사여령) - 휴양림 - 산장

일      시  : 2009년10월 18일 (일)                                                                           

  밤새 달라진 바람의 감촉에 깜짝놀란 산들이 바지런하게 울긋불긋 가을옷을 갈아입고 있다.

산 정상으로부터 가을이 곱게 물들어 산어귀까지도 소리없이 내려앉아 산객을 맞는 용화산 큰고개마루.

  

 이제사 가을 전령이 막 도착을 한 듯,  들머리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깍아지른 절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암릉을 비켜선 가을 볕이 온 숲을 헤집고 내려와 여기저기 꾸벅이며 졸고있는 나뭇잎들이 정겹고 귀여워

보인다.

 

 올라서는 자리마다 고개를 바짝들고 선 바위들이 또 우릴 막아서지만........

 그래도 한 켠으로 길을 내어주는 아량과 포용을 갖춘 산!

 그 산을 오르며 내 주장과 내 것만 옳다는 아집을 껍질을 벗어 낸다.

 흐르는 땀은 내 마음속의 티끌을 털어 냄이리라. 

 

 그렇게 땀흘려 올라선 바위!

 산객은 저 아랫길을 무심코 내려다 본다.

 살아온 자신의 어제를 돌이켜 보듯.....

 

 노송아래 지친 심신을 내려놓고 사진한장 찍을 수 있는 여유도 부려보고....

 

 

 깍아지른 암벽위로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숲길마다에는 사각사각 낙엽이 밟는 소리와 함께 온 숲 가득 도토리들이 영글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우린 그길을 따라 걸으며 가을을 닮아간다.

 

 계곡을 타고내리는 오색찬연한 가을 빛을 어찌 다 주어 담으랴!

 내 마음도 따라 온산을 따라 춤추며 노닌다.

 

 친구여!

 붉게 물든 단풍나무 숲으로 가을 산행이어서 좋지 않더냐.

 숲 속 가득 주홍빛 그리움이 떠돌고....

 그 너머 알 수없는 고독이 숨쉬는 곳.

 다가올 이별의 애틋함으로 더욱 붉게 타오르는 산.

 나무들도 어쩜  온 몸으로 사랑을 토해내는 듯 하다.

 

 온 산이 사랑이 되고 시가 된다.

 

 드디어 용화산 정상!

 

 용화(龍華)라 함은 어쩌면 불교의 용화세계에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싶다.

 미래세상의 부처 미륵보살이 온 세상 -  모든 이들이 최상의 도(道)를 얻게 되어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눈과 마음이 맑아 지는 이상향과도 같은 세계를 뜻함이다.

 

 그 정상에 섰으니, 모두의 마음에도 맑고 깨끗한 청정심으로 가득하였으리라.

 

 우리가 밟아온 길도 되돌아 보고...

 발아래 펼쳐진 멋진 장광도 내려보고...

 저 멀리 산넘어 춘천호까지도 마음껏 감상하며....

 또 가야할 고탄령 길도 눈에 넣어 둔다.

  

 외길 불알바위를 지나 고탄령 고갯마루에 잠시 여장을 풀고, 남겨 둔 막걸리로 목을 축인 곤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산등성엔 원시림을 방불케 할 만큼 우거진 초목들이 서로 살을 맞대어 정겹게 살아가고 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친구처럼 ..... 애인처럼.....

살갑게 서로를 의지하며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산에 들때마다 산을 닮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그도 쉽지만은 않은데....그것이 인생인가 보다.

 

용화산 휴양림을 끼고 앞서 도착한 산장앞!

오늘 산행의 종착점에는 지는 태양을 부여잡은 하얀 갈대 꽃들이 바람따라 교태를 부리고 섰다.

심술난 바람이 머릿채를 들고 흔드니, 이내 풀풀 머리풀고 흩어져버리는 갈대꽃.

서걱대는 갈대들의 울음소리가 계곡을 타고 내린다. 

용화산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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