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0년3월1일(월) 11:30~17:00
장소 : 청계산
인원 : 박동성, 김주선, 하경훈, 이은순, 한간란, 정승수 6명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히 창문을 두드린다.
간밤에 1사단 자원봉사를 다녀오면서 날씨가 좋으면 아내와 북한산을 오르기로 했는데.......ㅠㅠ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경훈에게 전화가 온다.
일산에는 비가 오는데 과천에는 눈이 온다는 말에, 속는셈치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구는 것보다 나을 듯
싶어 부지런히 막걸리 한통과 군 계란을 배낭에 넣고 출발~~~~
윈터골 앞 하나씩 우산을 들고 비를 산에 오르는 일행.
하늘이 흐리면 어떠하리....
비가오는 날씨면 어떠하리.....
다들 오히려 해맑은 웃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촉촉히 내리는 봄비가 볼그스레 고개내미려 기지개 편 가지마다에 수정이슬로 매달려 봄을 재촉하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겨우내 얼어붙은 대지를 깨우며 달려 내려오고 있다.
산을 오를수록 아직은 봄기운이 이른듯....
수목들이 봄비에 꼼지락 실눈 비비며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듯 하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했을 뿐인데....
언제나처럼 반팔 티셔츠 하나로 등산을 시작하려는 동성.
오랜만에 발을 맞추는 산행이라 잠시들 호흡도 맞추어 보고...
서로의 컨디션을 알아본다.
비가 내리던 도심과 달리 눈으로 바뀌어 내린듯 곳곳에 서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부가 하나되어 오르는 청계산 산행!
조금 늦게 오르면 어떠하고.....
쉬엄쉬엄 우산을 바쳐들고 풍류를 즐기며 오른들 어떠하리....
3월의 눈.
한겨울 추위에 떨며 봄을 기다리던 숲에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은 달콤한 사랑의 꿀물같았을게다.
그런데......그 빗물이 갑자기 눈으로 변하여 놀랜 숲이 깜짝놀라 온몸을 비꼬며 움츠리고 있다.
그런 자연의 소리와 모습들을 보고 느끼며.....
차가워지는 바람의 느낌에 옷깃을 여민다.
이분만 빼고....
이곳부터는 젖은 대지를 볼 수가 없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저멀리 청계산 정상에 안개가 자욱하고....
이미 나뭇가지들은 꽁꽁 언 채 굳게 입을 다물고들 있다.
오를수록 눈으로 뒤덮인 산길.
언제나 주선법우가 앞장서고,...
뒤이어 아내가 따라오른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산행의 앞보다는 뒤쪽에 서서 우리 아내를 편안케 해주는 은순법우!
사귄 세월의 시간만큼 배려의 마음도 깊어 지는 것이려니.....
지나는 산객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힐긋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긴팔 하나를 끼어 입은 동성이 앞장서
안전산행을 당부하고....
백설로 뒤덮인 청계산 자락이 너무 예뻐 오르는 아내를 돌려세워 한컷!
나도 욕심에 한컷!
하얀 설경의 아름다운 운치를 지나칠 수 없음에 동성내외도 불러세우고...
바람이 잦아든 골짜기에 눈 풍년이 들었다.
다들 우산은 이제 지팡이 역할로 바뀌었고....
앞뒤로 사진찍기에 바쁘기만 하다.
바람도 거세어졌고....
짖은 안개가 산기슭 여기 저기에서 스물대며 신비의 설국을 만들어 낸다.
눈으로 뒤덮인 고목이 청계산 장승마냥 우뚝 서서 오가는 산객을 내려다 본다.
헬기장까지만 오르자던 우리 일행은......
너나 할것없이 마법에 홀린 듯 걷고 또 걸어 오른다.
벌써 매바위까지 올랐다.
그래도 모두 활기차 보인다.
솔가지 마다엔 하얀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목!
하얀 눈꽃 사잇길로 돌아들면 하얀 꿈이 가득 열려 있을 듯 싶다.
굳이 서로에게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 내 희망이요,
꿈이요,
사랑이라는 것을......
환한 미소로 하나임을 우린 안다.
서로의 눈빛 하나로....
서로의 호흡하나로.....
따뜻하게 전해오는 체온 하나로.....
우린 행복한 부부임을 알고,
서로를 부둥켜 안을 수 있는 동지임을 안다.
서로에게 아름다운 영혼을 나눠줄 수 있고
아픔까지 공유할 수 있는 나의 반쪽임을.....
우린 말하지 않아도 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버렸다.
오던 봄이 멈추어 버렸다.
산새들도 동면에 들었나 보다.
뽀드득 뽀드득.........
우리들이 눈 밟는 소리가 메아치쳐 계곡을 타고 내린다.
눈밭을 뒹굴어 내려가다보면 저아래 봄이오는 물소리와 만날게다.
저 멀리 속세가 보이는 듯....
내가 살던 저 곳이 속세라면....
이곳은 선계가 아닐까?
때묻지 않은 순수로 뒤덮인 세상.
아니 때 묻은 세상을 소리없이 덮어주고 보듬어 안아준 세상.
이젠 마법에서 벗어 나야만 한다.
그래서 우린 우리가 울고 웃는 저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조금은 두렵고, 무섭지만......
완벽보다는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세상.
그곳에서 쉼터를 찾아야 한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울지라도.....
저 맑고 고운 세상은 마음에 묻고...
우린 오른길을 따라 다시 내려선다.
길을 잘못들어 청계골로 하산하였듯이....
간혹 우리가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함께 웃으며 같이 동행할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좋지 않은가!
어렵고 힘든 세상.
서로를 의지하며 걷다보면.......
잘 나여진 새 길도 열리게 되고.....
문득 봄이 오는 기침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삶의 봄소식이 청계산 산행처럼 저만큼에서 달려 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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