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부시도록 푸르른 9월의 하늘 - 품에 안긴 구름 한 점이 수줍은 듯 뿌리치고 달아난 텅 빈
허공으로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가을 볕 속으로 나를 유혹하는 아침.
코 끝에 찰랑이는 색바람을 마음껏 들이키며 무작정 누군가를 기다려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다.
오랜만에 산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 또한 즐거운데.........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설 때마다 새 길이 열리고, 바위와 나무들도 새로운 산객들을 뚫어
지게 바라다보고.........
그 길을 따라 오르며 주고받는 정담에 귀 쫑긋 엿듣는 듯 숨을 죽이는데, 어디선가 울어
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나뭇잎 사이를 뚫고 하늘높이 날아오른다.
불곡산의 아침은 그래서 더욱 부산하기만 하다.
빨리 걷자는 친구도 없고.....
못 걷는다고 힐난하는 친구도 없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과 하나되어 호흡하며 동화되어간다고 해야 할 듯 싶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지만, 얼굴마다엔 너그럽고 따뜻한 표정들이 산을 닮아 있다.
쉬엄쉬엄 세상사는 얘기도 나눠가며, 나무와 풀과 바위들과도 눈 웃음으로 나눠가며 오르는 산행!
많은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며 오른다.
갈대 꽃이 하늘을 찌를 듯 날을 세우고.....
늙은 노송은 언덕에 뿌리를 박고, 양주고을을 느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저멀리 상봉은 아마득한데, 그래도 곁에서 독려해 주는 자연의 친구들이 함께 있어 차고 오른다.
어느덧 정상 상봉에 다다랗다.
북쪽으로 천보산과 회암사지터가 탁트인 채 내려다 보이고.....
동쪽으로 멀리 불암산이 손에 잡힐 듯하만 하다.
서쪽으로는 저 저수지 넘어 고개를 들면 감악산이 가마득하게 보이고....
남쪽으로는 도봉과 오봉 앞으로 사패산이 버티고 섰다.
상봉을 지나 상투봉에 오르니 저 건너로 또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옛 양주골을 주 무대로 활약했다는 임꺽정을 상징해 임꺽정 봉이란다.
수천년 성상을 지켜오며 비바람 눈보라 모진 풍파를 견디어 군데군데 민둥 바위가 되었다는 불곡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음도 배우고......
한참을 평지로 가다보면 산행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곳!
산행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는 느낌이어서 좋다.
"이젠 더이상 오를 곳이 없다."
상봉-상투봉- 임꺽정 봉까지 세 봉우리에 모두에 올라섰을 때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아마도 가을 볕이 따갑기 때문일게다.
안전 산행을 위해 계단도 설치하였지만, 밧줄도 타고 바위에도 붙어보기도 하고....
즐거웠던 불곡산행 !
다음에는 비젼교무 친구들과 함께 오고 싶다.
술 벙개만 하지말고 산행벙개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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