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성종때 문신 괴애 김수온이 병조 정랑으로 있을 때, 김씨 성을 가진사람이 좌랑에게,
“ 내가 남의 관상을 잘 봅니다. 그대의 관상을 보니 오래 살겠소.”
김좌랑이 기뻐하며,
“얼마나 살지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어찌 비법을 함부로 전하겠소. 만약 좋은 잔치를 차린다면 조금은 자세히 말씀해 드릴 수 있소.“
김좌랑이 이에 동료들을 불러 모으고 잔치를 벌이며, 김수온에게 이르기를,
“ 선생께서 제가 오래 살 상이라고 하시더니 어째서 한마디 말씀도 아끼십니까?”
이에,
“선생이 이미 누린 나이가 벌써 오십을 넘었습니다. 내가 그래서 오래 살 상이라고 하였던 것이
지요. 앞으로 선생이 얼마나 더 살지야 어찌 알 수 있겠소.“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 太平閑話, 태평한화 >>
조선 조 성종 때 서거정이 쓴 소화집에 실린 글이다.
그때는 나이 오십에 오래살았다고 하니 참으로 인간의 수명이 짧았던 듯 싶다.
벌써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선 친구들에게 넌즈시 한번 이 말을 써 먹어 볼까?
아마 뺨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듯 싶다.
남에게 그다지 큰 해를 입히지 않고, 즐겁게 잔치상을 받을 수 있는 재치와 그 상황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좌랑의 너그러운 성품 모두가 멋스럽다.
아마도 마음의 여유와 온유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물질의 풍요속에도 마음은 척박해져만 가는 현실에서 가끔은 옛스럽고 한적한 오솔길을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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