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기산지절(箕山之節)

섬돌 2010. 3. 31. 15:38

           

 

허유는 중국 요(堯)임금 때 기산(箕山)에살았던 은자(隱者) 였다.

바른 것이 아니면 자리에 끼지도 않을 뿐더러, 당치않은 음식엔 입도 대지 않을 만큼 의(義)를 지키며 살았다.

 

그런 그에게 요(堯)임금은 왕의 자리를 물려 주려고 찾아가 부탁하니,

" 어찌 천하를 잘 다스리신 요임금을 대신해 저같이 미천한 자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말없이 기산의 계곡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요 임금이 뒤쫓아 "그렇다면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또다시 거절하고 더 깊은 계곡(穎水영수)으로 들어가 흐르는 물에

 '구질구질한 말을 들어 내 귀가 더럽혀 졌다' 하여 귀를 씻어내었다.

 

 그 때, 소부(巢父)라는 사람이  망아지를 몰고 걸어오며 이 광경을 보고 허유에게 물었다.

"왜 갑작스레 강물에 귀를 씻으시오?"

 

."요임금이 찾아와 나더러 천하나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하기에 행여나 귀가 더러워지지 않았을까 하고 씻는 중이요". 라고 대답하자,

소부는 큰소리로 웃으며

 "평소의 허유(許由)님은 어진 사람이지만 숨어 산다고 하는 소문을 퍼뜨렸으니 그런 산뜻하지 못한 말을 듣고 낭패를 당하게 된 것이오.

숨어 사는 은자(隱者)라는 것은 애당초부터 은자라고 하는 이름조차 밖에 알려지게 하여서는 아니 되는 법이오.  안 그렇소?

한데 그대는 여지껏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뜨려 명성을 얻은 것이오".

 

 그러고는 유유히  더 깊은 계곡으로 올라가 망아지에게 물을 먹이며,

 " 그대의 귀를 씻은 구정물을 내 망아지에게 먹일 수 없어 이렇게 위로 올라와 먹이는 것이오" 라고 말하였다.

 

허유가 죽자 요 임금은 그를 기산에 묻고 무덤에 기산공신(箕山公神)이라 하였고, 두 사람의 절개와 지조를 일러 기산지절(箕山之節) 또는

기산지조(箕山之操)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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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자리에도 이권다툼과 암투가 벌어지기 일쑤인데......

 또한, 세상을 살면서 바른 일, 착한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도 각자의 욕심이 달라 싸움과 반목이 생기는데......

 '나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으랴'라는 자기 고집적 아집에 사로잡혀 상대와 이웃을 불신하기도 하는데.....

 

 어찌 나랏님 자리를 주겠다고 하였거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할 수 있으랴.

 

 김수한 추기경의 선종이나 법정스님의 입적을 보면서, 그분들의 육신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났으나 영원히

우리 가슴에 울림으로 남는 것은 철저히 자신을 비웠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늘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는 그 무엇 하나!

 

" 오늘도 나를 비우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