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물처럼 바람처럼

섬돌 2010. 3. 12. 13:01

         

 

 

 

 양녕군(讓寧君) 제(禔)는 비록 덕을 잃어 세자가 되지 못하였으나, 만년에 능히 때를 따라 스스로 몸을

 감추었다.

 

 세조께서 제에게 묻기를,

 “나의 위무(威武)가 한고조(유방)에 비해서 어떠하냐.” 하니,

“전하께서 비록 위무하시나 반드시 선비의 갓에다가 오줌을 누지는 않을 것입니다.” 라고 했고,

 

“내가 부처를 좋아하는데 양무제(梁武帝)에 비해선 어떠하냐.” 고 물으니,

“전하께서 비록 부처를 좋아하시나 밀가루로 희생(犧牲)을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했으며,

 

“내가 간언을 물리침이 당태종에 비해선 어떠하냐.”하니,  대답하기를,

“전하께서 비록 간언을 물리치나 반드시 장온고(張蘊古 당태종에게 간언을 올리다 죽은 신하)를

죽이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하였다.

 

 또한 양녕대군 제(禔)가 항상 우스운 말로 풍자를 하였고 세조께서도 그 방탄함을 즐겨하며 희롱

하시었다.

                        <<  慵齋叢話 第一卷, 용재총화 >>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천하는 "말 위에서 얻는 것(馬上得之)"이라 믿고, 유가(儒家)의 유생들을

멸시하여  ´오줌을 유생의 갓에 뿌려(溺儒冠)´  유생들을 모멸하였고, 양무제는 살생을 꺼려 종묘 제사

때도 고기 대신 밀가루로 고기 모양을 빚어 제사상에 올린데 빗대어 한 말이다.

 

시의 적절한 대구로써 호방한 성격의 세조를 대한 양녕대군의 영특함이 보여진다.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것이야

말로........생각나는대로 내 뱉는 자신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꽃은 피는 순간 시들어 떨어질 것을 두려워 하나, 씨앗은 언제나 꿈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처럼 실속없이 떠드는 사람보다는 말없이 내면의 자신을 살찌워 가야겠다.

 

또한, 나아가야 할 때와 멈추어 설 때를 알아 물처럼 바람처럼 걸림없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