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진관사를 거쳐 비봉으로 가는 산행길

섬돌 2010. 8. 28. 21:37

 일 시 :  2010년 8월28일 토요일 흐리고 비

장 소 :  구파발역- 진관사 - 비봉 - 사모바위 - 삼천사

 아침 9시10분 - 집을 나선다.

 집 앞 뜰안에 노란 꽃들이 오늘따라 반갑게 활짝 웃음을 보이며 아침 인사를 보낸다.

 시샘하듯 도라지 꽃도 고개를 쭉 내밀고 반갑게 눈 맞춤을 한다.

 도라지 꽃 밑둥으로 키작은 구절초 꽃도 제 인사를 받아 달라는 듯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이 꽃 ...저 꽃....

 오늘은 모든 꽃들에게 아침 인사를 나눌 만큼  여유가 있다.

 " 얘들아!  좋은 아침!!!......항상 오늘처럼 상큼한 웃음으로 세상을 열어가렴."

정작 그들은 날마다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였을텐데........내가 그 웃음을 바라보지 못하였지는 않았을까?......

 

 파랗게 하늘이 열리고........

 빛나는 태양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새순을 낳고...잎을 피운 나무들의 아침- 고운 숨소리를 들으며 길을 나선다.

 연 초록의 빛깔은 순수한 영혼의 숨소리 같다.

 그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영혼이 고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띄는 발걸음은 가볍다.

10시-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막연히 동행자가 있어 줄 것 같은 어느 역사!

 허지만..........

 오늘은 고독한 산행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사람 내음 물씬한 아파트 길을 가로질러....... 저 멀리 우리가 동경하는 산으로 간다. 

 한발짝 산이 눈앞에 다가서 있다.

 늘 하늘을 이고 있는 산이지만........

 단 한번의 불평도 없이 살가운 입맞춤으로 하나 되는 삶!

 어느덧 진관사 일주문앞에 섰다.

 세상은 안과 밖이 따로 없음이여.....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막연한 마음 하나 찾고자 무심코 오늘도 산에 든다.

 경계가 따로 있지 않거늘......일주문에서 잠시 진계와 속계의 경계에 서 있음- 생각에 젖는다.

 계곡에 물이 차니 산위에 비가 많이 왔는가 보다.

 더하고 덜함이 없는 세상.

 있는 그대로 보여질 수 있는 삶이 숲에 있다.

 진관사에 다다랗다.

 조용히 두손을 모은다.

 오늘은 홀로 숲에 든 까닭에.......

 툭 툭 떨어지는 빗방울도 반갑고.....

 계곡을 타는 물소리도 정겹기만 하다. 

 비에 젖은 산사가 숨을 쉬고 있다.

 세속에 지친 나그네의 거친 숨소리를 내려 놓을 만큼 여여로운 숨소리로.......

 뜨거운 사랑과 정열로 이글대는 단풍잎들의 아우성도 다소곳 종소리 가슴에 품은 범종각! 

 그리워 꽃을 피우려면 붉게나 필 것을.........

 수줍어 고개 숙인 노오란 접시꽃이 진관사의 비구니 스님 마음을 닮은 듯, 오히려 청순하게 다가온다.

 맑고 고운 마음 그대로 꽃이 되었나보다.

 돌담을 이고있는 기와의 무게처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 

 그 위에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면....... 

 담너머 가을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듯........

 추녀끝 풍경너머 걸린 해맑은 웃음하나!

 주머니속에 만지작거리며 살 수 있는 향기하나 인연으로 가질 듯 하다.

 풀섶의 닭의 장꽃 아우성소리도 들어가며..........

 애기똥풀의 질투어린 눈빛도 어루만져주고......

 어린 풀꽃들과 눈맞춤하며 애정어린 귓속말도 들어준다.

 그들이 나에게 듬뿍 미소를 건네고 있다.

 나도 따라 웃는다.

 좀더 오르니 하얗게 물보라를 이루며 부서지는 폭포가 시원스럽다.

 오욕을 토해내듯 장쾌하게 쏟아내는 물줄기.

 거대한 욕망들이 소(연못)의 품안에서 잦아든다.

 넓은 가슴을 지닌 너를 닮고 싶다.

 미끈하게 비에 젖은 바윗길 -

 마치 갓 샤워를 마친 젊은 연인네 몸매처럼 촉촉한 물기가 가득하다.

 바위도 비를 맞아야 살아나는 듯 싶다.

 이 바위는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가 더욱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숲들도 꿈틀댄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숲속에 숨죽인 사이....솔향가득이 안고 운무가 내려 앉고, 크고 작은 나무와 풀과 꽃들이 로가 살 맞대어 살갑게 노래를 부른다. 

 숲의 교향곡에 잠시 눈을 감는다. 

 계곡 마다에도 물소리가 정겹다.

 더위를 씻어내는 시원함이 여기 저기 가을을 실어 내리는 듯하다.

 산위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내려온다.

 11시 - 잠시 개울에 발을 담갔다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발끝으로부터 차 오르는 것 같다.

 계속되는 소나기에 수량이 많아진 계곡은 가는 곳 마다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독한 산객은 잠시 짐은 내리고 곡차를 마신다.

 자연을 벗삼아 마시는 술 한잔!

 오감으로 느끼는 행복을 어찌 글로 표현할수 있으랴! 

 잠시 하늘이 맑아졌다.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볕이 반갑다.

구름과 비와 바람속에서 고개내민 태양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우리의 삶도 늘 넘치면 그 고마음을 모르고 사는 것과도 같음을 .........

 솔잎너머 암릉..... 그 뒤로 향로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질곡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암릉 한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선 한그루 나무와 풀포기.

 저 아래 계곡을 따라올라 여기에 섰다.

 위로는 아직도 올라야 할 바위가 아마득하고.......

 아래로는 아내와 함께 오르던 응봉능선이 길게 누워있다.

 앞서간 등산객들은 향로봉으로 향하였는데....... 빗속에 암릉 아래 주춤이고 있다.

 좀더 오르니 저멀리 원효봉도 눈에 들어온다.

 내가 가는 비봉도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다시 쏟아지는 폭우- 그리고 바람!

 그늘 숲아래 잠시 몸을 숨기고 비옷을 덧 입었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세찬 바람에 많은 등산객들이 하산을 서두른다.

  나도 서둘러 사모바위로 향한다. 

 사모바위를 지나는 시각! - 12시가 넘어서고 있다.

 마음이 바빠진다.

 그새 하늘은 언제 비바람과 강풍이 불어 댖느냐는 듯 맑게 개였다.

 그토록 수없이 변덕을 부리는 오늘날씨가 못내 미더워 비옷을 벗을 수가 없다.

 드디어 삼천사골로 내려가는 팻말이 보이고....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비옷을 입어 온 몸이 땀범벅이다.

 내려가야 할 길에는 조그만 개울이 생겼다.

 그래도 홀로 사진도 찍어가며......

 물소리 바람소리 매미소리 벗삼아 한적한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폭포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통곡으로 쏟아 내고.......

 매미는 가는 여름을 부여잡고파 애절한 울음을 토해내고......

 숲은 또 그렇게 가을을 재촉하며 비를 맞고 있다.

 이젠 삼천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1시 45분을 넘어서고 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발을 담근다.

 그리고 간단히 점심도 챙겨 먹었다.

 시원한 계곡수에 발을 담그니 산행의 피로도 모두 씻겨 지는 듯 하다. 이젠 누군가를 기다리기위해 배낭을 챙기고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삼천사!

 이젠 내가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

 우리의 삶은 항상 누군가를......무언가를......

 기다리고 찾아가며 사는 것인가 보다.

 기다림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어야 한다.

 나뭇잎에 매달린 열롱한 물방울처럼 맑고 순수해야한다.

 말없이 품 안 가득히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리고..........

 비로소 하나여야 한다.

 그러기때문에 사랑이어야 한다,

 

 오늘 산행은 사랑을 생각하며.....

 사랑을 받아가며......

 사랑을 배워가는 길이었던 듯 싶다.

 

 마음고운 목우재 사람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