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수락산 9월 정기산행

섬돌 2010. 9. 20. 12:20

일    시 : 2010년 9월19일 09:00~16:30

장    소 : 수락산들머리-육모정(김시습 팔각정)-배낭바위-철모바위-하강바위-치마바위-동막골-마들역

인    원 : 박찬정, 원창연, 조병국, 김세봉, 김문성, 정승수, 김준태, 곽형근, 김종권, 송재혁, 이장원, 김상현,

             이명철, 임순만, 전시호,배희종, 김창덕, 이동관 (18명)

 

얼마만에 참석하는 정기 산행인가!

아침6시에 일어나 부지런하게 아침밥상과 점심 도시락을 정성껏 싸 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새로 산 스마트폰으로 가는 노선을 정확히 아려다가 오히려 잘못 된 정보로 반대방향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야 깜짝놀라 7호선 노원행으로 바꿔타고 모임장소에 다다르니 이미 20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래도 다들 출발하지 않고 기다려준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르고......OTL....^^*

 

흐린 날씨에 막걸리 한통씩 옆구리에 끼고 뻐국이만이 알고 있다는 기막힌 코스 들머리에 섰다.

 서로의 배낭도 챙겨주고....

오늘 처음 산행에 참석한 준태와 희종이를 위한 배려(?)인것처럼 가장한.....

아기자기한 숲속 평지를 걸을 수 있다는 산행코스에 대해 설명을 믿으며 힘찬 출발!!!

시작부터 뒤로 쳐지는 친구들.......

그래도 이때만은 웃음기도 있고, 설레임도 있었다. 

 

 조금 더 오르자 지난 태풍 곤파스로 인해 찢겨지고 부러지고 파헤쳐진 나무들의 주검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숲은 다시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고......

 우린 그 숲에 들어 함께 호흡하며 길을 오른다.

 오랜만에 보는 동관이의 모습도  예전에 다쳤던 다리가 다 나았는지 발걸음이 가볍고 힘차다.

 마지막까지 낙오자들을 추스리겠다는 각오로 오늘 산행의 맨 뒤는 세봉이가 맡았다. 

 지금까지는 오늘 산행의 마수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배 뿔뚜기 찬정은 배꼽에 바람을 넣고계시는지?

 오늘따라 수줍은 듯 종아리 감추고 살포시 미소짓는 원장군의 섹시함에 형근이 침흘리며 바라보는 표정이란???ㅋㅋ

 오늘의 꿀벅지 재혁은 나 본란듯이 두다리 쩍~~~ 벌리고.......(근데 가운데는 너무 한것 아녀???)

 누군가 .....꿀벅지가 다 좋은 것이 아니란다.

 꿀벅지 일수도 있고, 너무 평상시 힘을 안써 나타난 무우 증후군(?)이라나~~~~~ 

 친구들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랴.....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에 깜짝 놀라 눈을 뜬 숲을 담으려는 순만.

 여기도 또한분....이번엔 상현이 바지춤을 칫겨 세우자, 부러운 듯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명철이의 묘한 표정?은 뭘까....

 알쏭 달쏭한 은밀한 눈맞춤과 밀담이 오간다...(혹시 니들 레즈비*~~) 

 드디어 첫 휴식처 넓은 바위길에 올라서는 시황과 세봉!

 제발 인상쓰며 오르는 사진좀 찍지 말라는 말에......두장을 찍어 그나마 약간 표정 수습된 것으로 한장 올린다.

 뒤에는 여유작작..

 웃음을 머금은 세봉이 한가로이 허리에 양팔을 얹고 섰다. 

 그래도 친구가 좋다.

 다들 뒤처지는 친구들을 기다려주며 기꺼이 물한모금까지 나누어주는 우정.

 나이를 먹어가며 남는 것은 친구밖에 더 있냐며........

 

 오늘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까지 마음 깊이 묻어나오는 말들을 한다. ek

 앞서간 친구들은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졌으니 좋고......

 뒤처진 친구들은 솔잎 사이로 보이는 수락산 정상을 병풍삼아 제법 여유(?)도 부려가며........

 힘든 산행을 즐거움으로 서로를  다독이며 오르니 좋다.

 여름내 살찐 숲들이 빗물에 몸단장하고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고......

 여기저기 빗물에 간지러운 듯 나뭇잎들이 꿈틀대며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데.....

 여전히 침묵하며 모든 소릴 안아주는 암릉의 여유에서 우리를 본다.

 나이먹어가는 우리의 마음자리에도 여유와 포용자리가 넓어져야 할텐데........ 

 오늘 대장은 창덕이 인듯 싶다.

 어젯밤 찐한 곡차를 마신 나도 이렇게 빨리 오르는데......

왜 뒤에서 늦장을 부리며 오르냐고 타이르는데, 이제막 얼굴을 내민 시호는 숨만 헐떡이고....... 

 그래도 종권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맞짱(?)을 떠준다.....(아님 말고)

  "여기서 조금만 오르면 육모정이니까 우리 거기서 만나자." 며 들머리에서 너스레를 떤 병국이는 차렷자세로 군기가

잡혀 있다.

 올라도 올라도 육모정이 대체 워디여~~~헥헥

이러다 민주산악회 모두 쓰러져 죽겄어...켁켁

 

다들 힘들어도 표정들은 밝고 생기가 돈다.

만나서 좋은친구 ♬~~

 한참을 올라왔는데....

이제사 저 너머에 검고 뾰족한 정자가 육모정이란다.  

" 얘들이! 이제 조금만 오르면 육모정이다." 병국이 정신이 들었는지....후미를 다독이며 걸음을 재촉한다 

 어느덧 육모정에 오른 친구들의 표정!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서 우리가 느끼고 있는 환희를 시공을 초월해 같이 느꼈을까?

 

 뒤로는 깍아지른 절벽이요, 비바람은 등을 때리는데......

"아구야! 더는 못가도 산아래 펼쳐진 경치와  눈앞에 나고지는 운무의 춤사위는 참으로 비경이다.

 어쩜 오늘 우리의 마음과 이리도 닮았을까 싶은 매월당의 글 두개를 올려 함께 못한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이젠 땀인지? 빗물인지?.......

 보일듯 말듯한 저 높은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고 하니 걱정도 된다.

 그래도 저곳에 오르면 구름속을 백학을 타고 노닐어 보고 픈 어린 동심을 그리며.........

 마치 신선이 될 것같은 상상에 젖어본다. 

 친구야!

 신선이 되는 것이 쉬운길은 아니야...

 험한 바윗길도 올라야되고...힘든 역경도 이겨나야돼!

 지나온 길을 보면 아득히 아름답기만 한데......

 앞 길을 보면...

 한고개 넘어 또 한고개......

 워찌 이산은 이리도 험한겨?

 바위에 미끄려져 까진 팔뚝을 봐달라고 애원하는 희종이를 불러세우고.....

 그려!

 이렇듯 사진도 찍어가며, 인생 즐겨가며 오르는겨~~~~

 인생 뭐있어?

 놀며 쉬며 오르면 되는거지. 

 이곳이 배낭바위란다.

 이미 빗방울은 굵어져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고......

 암벽을 걱정하는 친구들의 아우성(?)은 빗소리에 묻혀 저 아래 아파트촌까지 떠내려가 버렸다.

 우리에겐 오직 진군만이 있을 뿐!!!

 오늘 완죤히 민주산악회 애덜 잡는구만....(아주 군기를 잡아보겠다 이거지???)

 이곳은 빨치산 피난소!

 안개속에 그래도 빨치산 임대장이 준비한 타프 덕택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편안한 점심과 곁들인 곡차!

문성이 아내가 새벽바람에 삶아 준 돼지고기 수육에 묵은지며.....

상현이 아내가 솜씨를 발휘한 호두와 아몬드의 환상적인 조합 밑반찬과 찬정표 부대찌개까지.......

 

니들이 알어?

피난민 촌에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부대찌개의 맛을.....

그리고 맛없으면 살짝 뿌려주는 라면 스푸의 맛을......

 봤지?

 살겠다고 입 쩍 벌리고 먹어대는 원장군의 표정을.....

 

 마차산 이후로 다시는 굶어 죽지 않겠다고 끝까지 물과 제 먹거리를 챙겨 정상 피난민 촌까지 도착해 손뼉치며 자위하는

민주산악회장 전시호의 뿌듯한 표정을...

 우리 피난민촌은 빗방울이라도 피할 수 있지........

 저아래 궁핍한 피난민들은 비바람 맞아가며 듬성듬성 뱃고래를 채우나벼?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오늘 완죤히 빨치산 공비들 신병교육시키러 온듯 싶다.

 로프타고 레펠하고.....

 허리 사이즈 34이상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바위 틈새를 손가락 껴가며 올라서야하고.....

 에효~~~

 한숨 나온다.

 그래도 뒷 줄에 서있는 나는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까? 

 평탄한 산행길에 마사토길로 되어있어 산행하기 좋다고 꼬득인 병국이의 꾐에 다들 실소를 하는 것 같다.

 오늘 이후로 뻐국이 별명은 마사토(?)가 되었다나...어쨌데나.....

 병국이가 말한 마사토는 오간데 없고.... 보이는 것이 모두 울퉁불퉁...기기 묘묘한 바위 암벽들 뿐인지라......

 늘씬하고 미끈한 바위에 달라붙어 정기라도 받아가야 할 듯 싶다.

 촉촉히 비에 젖은 피부가 제법 윤기도 반짝반짝!

다들 모였는가!

허니 몇명이 빠졌구나.

시황이 예 있거늘 어찌 세봉이와 명철이 그리고 희종은 보이질 않누? 

(그랴서 여기가 수락산 피막골 아닌가벼??? )

 안개에 뒤를 볼 수 없으매.....

 자리를 옮겨 수락산 정상(?) 을 배경으로 다시 찍어보지만 영 신통치가 않다.

 

 정상이 어디인들......

 무엇이 대수롭냐?

 또한, 신선이 아니되면 어떠하리.

 근심은 이미 산아래 남겨두고 온 듯, 아님 빗물에 씻겨 내려간듯,- 하나같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행복만 가득하다.

 

 집에서 앉았으매, 무엇이 이토록 즐거우랴......

 친구와 더불어 어우렁 더우렁 함께하는 산행에서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은 세상을 얻었구나.

 내 사진기인데....

언제 이렇듯 멋진 사진을 찍어준겨??? (병국아! 고맙당)

 마음은 둥둥 신선인데......

 산아래를 내려다 보니 내려갈 생각에 마음은 착잡허다.

 

 이참에 여기 눌러 신선 놀음이나 하고 살까부다.

 잎새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에 온 세상이 담겼구나.

 영혼이 맑은 친구들의 모습도 담겼겠지......

 주렁주렁 사랑이 맺혀 굵은 물방울로 떨어져 온 산을 푸르게 살찌우는 영롱한 마음의 결정체.

 오늘은 너도 닮아야겠다. 

어찌나 배불리 먹었는지.......

그래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상현이 친구들을위해 아이스케끼(아! 아! 아~~~~~~이스, 께끼 ♪ ~~~)를 각자의 손에 쥐어주니, 다들 그 달콤함에

입맛을 다신다.

 

이제 하산지점의 1/3도 못내려 왔는데......

쏟아지는 폭우(?)로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렇듯 온몸으로 빗방울을 맞아가며 즐겁게 걸을 수 있으리.......

원없이 속이 후련하도록 비를 맞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숲길을 내려올 수 있었다. 

 비에 젖어 사진기가 약간 맛이 간듯 싶다.

 올라갈 땐 맨 뒤로 올라도, 내려올때 만큼은 제트엔진을 단 시호가 일착으로 내려오 우릴 맞아주고.....

 

 우린 맛 난 감자탕에 걸죽한 막걸리와 순한 두꺼비 잡아가며, 즐거운 9월의 정기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잠시 떨어져 있던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냐?

 

 다음 산행에도 오늘처럼 신나게 웃고, 즐기며 함께 오솔길을 올라보자! 용두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