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남기기(친구)

강원도 비룡산, 토산령 등산 (2)

섬돌 2010. 10. 12. 09:15

 태백산 고원 자연휴양림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맨발로 약 2Km정도를 산책겸 거닐어 본다.

 산허리를 감싸고 돌던 자욱한 새벽안개가 걷히며......

 선명하게 눈뜬 구절초꽃들의 고운 숨소리와 함께 아침인사를 받는다.

 상쾌한 아침이다.

 

 밤새 초록의 숲은 좀더 성숙해졌다.

 못내 아쉬운 초록의 영령들이 애써 붙잡아 보지만 붉은 단풍은 사랑에 빠졌는가 보다.

 멀쑥하게 키만 큰 수목들은 멀쩡이 눈만 껌벅이는데, 몰래 숨어 자란 단풍은 어느새 사랑을 감추지 못해 다소곳 고개

숙인채 붉게 물들어 간다.

 

 그 수줍음을 보며 마음 저 밑둥에 작은 일렁임이 인다.

 아련히  잊고 산 삶의 저편  젊은 추억의 파편들이 푸드득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도 가슴은 뜨겁고 사랑이 남아 있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아침 햇살이 선등성부터 어둠을 밝히며 내려서고 있다.

 토산령 정상을 향해 걸음을 뗀다.

 한가로이 돌아가는 정자 옆 물레방아에게도 눈인사를 하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오른다.

 시작은 누구나 여럿이 함께 간다.

 누군가 올랐던 그 길을 따라 모두가 제 방식대로 찾아 나선다.

 얼마쯤 오르면 앞서간이도 있고......

 뒤따라 오는이도 있다.

 친구가 필요한 이들은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오른다.

 얼마쯤 오르면 혼자일 수 있다.

 철저하게 고독하고.......

 외로운 산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쉬엄 쉬엄 주위도 돌아보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보자.

 반짝 반짝 온몸으로 다가서는 나무와 풀과 돌과 이끼....그리고 그안에 함께 사는 크고 작은 동물들에게 먼저

인사를 해보자.

 바람소리, 물소리 모두가 금새 네 곁에 함께 있음을......

 어쩜 우리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채 살아왔는지 모른다.

 오솔길을 오르니 투두둑 솔방울 벌어지는 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푸른 솔이 있어 외롭지 않다.

 산등성 낙엽을 싣고 내려온 계곡의 물소리가 있어 반갑지 않더냐! 

 서걱서걱 조릿대들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여 주자.

 일상의 잡념을 내려놓고 가라는 갈참나무의 정담어린 충고도 들어주자.

 한적한 산길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그래도 처음 마음 먹은대로 흩트러짐 없이 꿋꿋이 가야겠다.

 오르막길이 힘들면 내리막길은 그만큼 쉬울게다.

 흘린 땀방울 만큼 콧노래라도 부르며 즐겁게 내려가자.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이고 선 자작나무의 밑둥을 지날 때면 어느 시인의 시라도 한편 읽고 가자.

 

자작나무 - 류시화


아무도 내가 말하는 것을 알 수가 없고
아무도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침묵이다


자작나무를 바라보면
이미 내 어린 시절은 끝나고 없다


이제 내 귀에 시의
마지막 연이 들린다 내 말은
나에게 되돌아 울려오지 않고 내 혀는
구제받지 못했다.

 굳이 알려고 할 필요도, 알아달라고 할 필요도 없는 곳이 숲이란걸 난 안다.

 그 속에 동화되어 하나가 되어 보자.

 분별과 편견을 버리고 자연과 더불어 초연해 보자.

 저리 자란 자작나무인들 왜 할말이 없을까마는.......

 마음으로 읽어주고 들어주며 간다.

 나도 침묵하며 눈빛만 주고 간다.

 백두대간의 낙동정맥을 가로지르는 짧은 산행이 많은 걸 가져다 준다. 

 키작은 나무들이 빼곡히 서있는 그 중심에 전망대가 뻘쭘히 서있다.

 오가는 산객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일게다. 

  잠시 피곤을 내려놓고 먼산을 바라본다.

 모든 시름도 함께 내려놓고 가라는 배려일게다.

 침엽수 군락지를 지날때면 향긋한 솔향에 온 몸이 나긋해 진다.

 처음 만났는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랜 친구 앞에서처럼 부르지 못하는 노래도 불러본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숲 속 모두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함께 불러주는 가을 노래.......

 가을엔 사랑을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보니 어느새 산아래까지 다다랗다. 

 앞선 간 친구들도 만났다.

 그들도 나처럼 많은 숲속 친구들과 거닐었을게다.

 마음을 비우면 비운만큼 그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음을 볼수 있기에 난 종종 산에 들어선다. 

 산은 나에게 있어 사랑이고 기쁨이며 행복이다.

 <산 아래까지 달려온 단풍의 향연>

 <어제 친구들이 따온 머루>

 <그리고 함께 했던 비젼 교무의 친구들....> 모두 행복한 마음 가득 담아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