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남기기(친구)

둘레길(10~12구간) 도보여행 및 석굴암 단풍음악제 소회

섬돌 2010. 11. 1. 13:06

 일      시 : 2010년 10월31일 일요일  08:30~18:30

 코      스 :구파발역 1번출구(8:30) - 둘레길 방패부대 앞 (09:00) - 여기소 -백화사 - 효자동길 - 효자비 - 밤골 -

               사기막골 - 교현 우이령길(11:30) -  오봉산 석굴암

 가을이 깊어간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그리움도 깊어만 가는 것일까?

낙엽쌓인 오솔길만 보아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리움이란 옛 것에 대한 향기를 더둠어 가려는  내 작은 마음의 몸짓이다.

서걱 서걱...... 나뭇잎 밟는소리에 애틋한 연민과 향수가 묻어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자신을 치장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소리없는 싸움이 숲에 가득하다.

 고독한 수행자처럼 철저히 버리려는 수도의 몸부림.

 숲은 또 우리에게 비울 줄 아는 삶을 얘기한다.

 때론 홀로 숲길을 걸어보자.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바람결에 스치는 고독한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보자. 

비로소 혼자일 때 모두가 하나이고 이웃으며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느껴보자.

 숲도..... 가을걷이를 마친 대지도.....

 버림으로해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본다. 

 노송너머 흰구름과 사이사이 파랗게 열린 하늘!

 욕심없는 얼굴들이 하늘 가득하질 않느냐.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도 보이고 ......

 바람결에 해맑은 웃음소리 풍요로운 가을이 느껴지지 않더냐.

 

그래서 가을은 눈과 귀 그리고 온몸으로 끌어 안아야만 한다.

  오늘 우리는 둘레길을 걷는다.

  가을의 한가운데 길을 걷는다.

  그리고 느끼고 대화하며........

  마음속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끼면서 걷는다.

 말없이 걸어도 우린 대화를 나눈다.

 산보퉁이 돌아가면 어떤 친구가 우릴 반겨줄까?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우릴 유혹하고 있다.

 굵은 동맥을 따라 실핏줄 끝까지 온통  빨갛게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뜨거운 눈빛.

 가슴터질 듯 설레임을 어쩔 수 없다.

 그럴 땐 잠시 쉬어가자. 만추의 사랑에 흠씬 빠졌다가 가자. 

 이젠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돌담에 널부러진 담쟁이 넝쿨의 하소연도 들어보고 가야하건만....

 오봉산 석굴암 단풍음악제에서 기다려 줄 목우재 법우님들을 보기 위하여 발걸음을 떼어놓아야만 한다.

 8시30분 구파발역1번 출구에서 시작한 둘레길 도보여행은 어느덧 저멀리 오봉이 보이고......

 

 먼저와서 기다려준 법우님들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가을 햇살에 얼굴표정도 곱게 빛난다.  

 드디어 점심시간!

 이웃집에 달려가 부족한 곡차도 조달하고.......

 각자가 싸온 먹거리들도 펼쳐놓고.....

 목우재! 화이팅~~~~(미안허다! 산행팀장...왠 반쪽이냐)

 먼저 석굴암에 도착했던 팀들을 모셔오니,,,,,

 그 안에도 먹거리가 하나가득!

 더덕짱아치에 고들배기 김치....묵은 총각김치와 감자전....오이무침에 깻닢 그리고 셀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음식들..

 우리 모두의 눈과 입이 즐겁기만 하다.

이분 저분 챙기시느라 맨 나중에 도착하신 회장님의 배낭 주머니에서 또 먹거리가 쏟아진다.

A형, B형, O형 혈액형별로 먹거리도 각양각색....

성격 파악도 대충 맞춰보며.....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사발로 즐겁고 행복한 점심식사는 대충 마무리가 된듯 싶다. 

 오봉아래 고즈넉히 자리한 석굴암의 자태!

 오른편 풍선에는 각자의 소원만큼이나 오색빛깔 풍선이 곱게 바람에 하늘거린다.

 석굴암 나한상에 우린 무릅을 꿇는다.

비록 곡차를 하였지만, 빙긋이 웃어주는 인자함에 괜히 부끄럽다.

부디 부정하다고 탓하지 마시고 중생들의 소원을 굽어 살펴주시기를.......

정말 합장한 손이 부끄럽다.

 그래도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부지런히 백팔배를 올린다.

 '염주 한알 생의 번뇌 염주 두알 사의 번뇌 백팔염주 마디마다 님의모습 담겼으니~~♪ '

 백팔 염주 하나하나에 뭔 잡념과 욕심이 그리도 맺혔는지.......ㅠㅠ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늙은 노송은 허리 굽혀 내 속내를 엿보고 있는 듯 한데......

흰구름은 무심히 산을 넘는다.

 

드디어 석굴암 단풍 음악제가 시작되었다.

빼곡이 들어 앉은 인파들이 오늘의 행사를 어림케 한다.

국악인 김종협씨의 구수한 사회와 우리의 국악으로부터 시작된 행사는......

 대학교수이며 국악인 김성녀씨의 맛깔스러운 민요들로 한껏 흥을 돋구고.....  

 석굴암 뜨락 가득히 - 지는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춰준다.

 태양을 마주한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 무대로 쏠려있고...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아낙(?)들의 표정은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하다.

 그 옆으로 삥 들러앉은 목우재 식구들은 제각각 편한 자세로 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그 속에 틈틈이 곁눈질로 아내를 살피고 있는 눈빛하나!

 그는 끝까지 무대를 보지 않는다.

 다만 멋진 사내들이 많음에 노심초사.....ㅋㅋㅋ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이젠 그 기능이 뛰어나 우리나라에서 배워간다는 변검!

 얼굴한번 끄덕이면 파란얼굴, 빨간얼굴, 하얀얼굴 ....순간순간 변하는 마술공연에 다들 신기해 하고....

  실용음악 교수의 색소폰 연주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자.......

 드디어  섬진강시인 김용택의 시에 곡을 엮어 노래하는 국악인 장사익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노래는 목으로 울려 나오는 것이아니라 가슴으로 부른다고 한다.

 한마디 한소절마다에 절절히 그의 열정이 묻어나고.....

 온 몸으로 토해내는 그의 혼이 온산을 메아리친다.

 저멀리 오봉도.....

 법당 옆 소나무 숲도....

 빼곡이 걸린 연등들도.......

 온통 숨죽여 산사 가득히 울려퍼지는 우리가락들을 엿듣고 있다.

 노랫소리 하나하나가 산을 타고......

 숲과 동화되어 또 다른 법음이 된다.

 사람들 마다마다의 소원을 담아 또 다른 부처의 마음으로 메아리친다.

 삼선각 용마루도 귀를 쫑긋이 세우고......

 

 도란도란 턱괘어 듣고있는 처마밑 연꽃천신들도.......

 온 산 가득 부처님 법음이 가득한데 그 어디서 부처를 이루랴!

  

  

  각자의 마음 그릇에 무엇을 담았을까?

 이제 석굴암 단풍 음악제도 막을 내리고, 우리들도 마음가득이 부처님 법 담아 가야지.

 하늘 높이 소망담은 풍선은 끝간데 없이 날아가고...... 

 억새숲 사이로 아직도 여운이 남은 가락들이 너울대는데... 

 석양은 오봉 끝에 매달려 남은 자들의 갈길을 재촉한다. 

 

 모두가 떠난자리.....

 우리도 그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을 넘는 석양은 벌써 어둠이 드리운다.

 우리들도 이젠 서서히 오늘을 닫을 시간.........

 못내 아쉬움은 우리를 한곳으로 모으고.....

 복분자주 한잔에 오늘의 추억을 삼킨다.

 형님 한잔!

 아우 한잔!

 친구여. 한잔!

 잔마다 정이 흐르고 웃음 가득한 정담이 오고 간다.

2010년 10월의 마지막밤이 익어간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숨쉬고 안아주며 토닥여주는 가운데 있음을 안다.

 언제나 오늘처럼 따뜻함이 함께 할 수있기를..........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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