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남기기(친구)

남한산성 산행기

섬돌 2010. 10. 19. 12:49

일     시 : 2010년10월 17일 일요일   10:00~17:30

 장     소 : 남한산성역- 들머리 - 백련사 - 남문- 영춘정 - 어장대 - 서문 - 치(성밖) - 북문 - 군포지(중식) - 장경사

                - 동문 - 제1옹성 암문 - 남문 - 외벽 - 약사사 - 남한산성역

  남한산성 들머리에 서니 도심을 잠깐 비켜섰는데도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계곡을 타고 내리는 가을 내음도 음미하면서 길을 오른다. 

 10월의 마지막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통곡을 피워내는 매미의 애절한 울음소리련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가을 풀벌레 울음소리련가?

 

 애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새 뒤척인 담쟁이 넝쿨의 충혈된 눈빛에 가을은 또 그만큼 익어가고......

 그 한가운데 우린 모두가 시인의 마음이 된다. 

 돌맹이 하나 하나를 쌓는 마음 .......

 그것은 받는 마음이 아니라 주는 마음이었을게다.

 욕심보다는 조그만 소망이 하나 둘 보태어져 탑이 되었을게다.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기도였을게다.

 수천 수만의 기도가 오롯이 사랑이 되었고 꿈이 되어 밤하늘에 별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별이되지 못한 그대의 간절한 기도는 가을로 타오르고 있는 것일게다. 

 백련사 법당안의 부처님도 가을을 타는가 보다.

 가을 정취를 맛보려는 듯 샛문 빼꼼이 열어놓고 .......

 뜰아래 익어가는 꽃 무리들을 지긋한 눈빛으로 어루만져주신다.

 어릴 적 시골집 뜰에서 볼 수 있었던 봉숭아...맨드라미...코스모스등.......

 포근한 마음에 여기 저기 기웃대다가 발길을 옮겼다. 

 

 부지런히 오르다 보니 자연석들을 다듬어 가지런히 쌓아올린 웅장한 외벽아래 섰다. 

 멀리 남문이 보이고......

 

  등 굽은 늙은 나무에 매달려 어릿냥을 피우는 담쟁이 넝쿨의 애교를 그윽히 내려다 보기도 하고.....

 돌틈사이로 누렇누렇 겉옷을 갈아 입는 성벽도 둘러보며..... 

 여기저기 사무친 그리움들을 찾아 두리번 거려본다.

 드디어 지화문(남문)! 

 우리가 오르는 길옆에 팻말을 따라 수어장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남문을 뒤로하고....

 깍아지른 절벽위로 이어진 성벽의 꼬리를 쫓아 시작된 산행에서

  층층이 쌓아올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야 하건만~~~~

  

 하늘거리는 억새풀들의 춤사위를 보고 걷는가.......

 돌담위로 줄지어 핀 애기 똥풀의 아련한 속삭임을 엿들으며 가는가......

고개들어 맑게 갠 하늘과 키큰 노송의 근엄한 미소에 눈인사라도 하며 걸었으면 좋겠다.

 힘은 들어도 가을 햇살 함께 맞으며 도란도란 ....엿들어도 보고,

기웃기웃...... 엿보기도 하며 걷다보면 너도 어느새 가을이 되어있질 않더냐. 

 드디어 영춘정을 지나 수어장대!

 높은 곳에 대를 쌓아 군대를 지휘하던 곳이란다.

 그럼 여기가 제일 높은 곳이니 이제부터는 룰루랄라(?)~~~~

 

편안한 마음에 옆 건물 청량당도 구경해 보고.....

 그에 얽힌 애틋한 이회장군과 그의 부인에 대한 얘기도 읽어본다. 

 산그늘아래 야외음악당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많은 산객들이 가다쉬며 산속음악회를 함께한다. 

 성벽을 타고 조금 내려오다보니 서문(우익문)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성문을 나와 외벽을 끼고 걸어야만 한다.

 성벽을 끼고 가을 야생화들이 빼곡이 피어있다.

 허지만 왠지 고독이 묻어 나는 길이다.

 이 길을 걸을때 만큼이라도 침묵하며 걸어보자.

 혼자 사색하며 걸어보자.

 철저히 가을 남자가 되어 보자.

 치(雉 )를 돌아 다시 외각 성벽을 끼고 한참을 걸어 내려간다. 

키를 훌쩍넘는 억새풀 사이도 걸어야 한다.

바람도 숨죽인 10월의 오후.

서걱이는 억새풀 사이를 걷는다.

산객들의 옷깃에 스쳐.... 파득이며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날리는 하얀 음표들......

 풀풀 억새꽃이 날린다.

 저아래 북문(전승문)이 보인다.

이제 반쯤 남한산성을 걸은 듯 싶다.

 이제 반쯤 걸은 듯 싶다.

 앞을보니 까마득하기만 한 산성.

 뒤돌아 가려해도 만만치 않은 길......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지 못해 우선 비닐로 뒤집어 씌운 모습들이 흉물스럽다.

저아래 장경사가 있다.

이쯤에서 잠시 쉬며 돌탑에 정성하나 올려놓고 가고 싶다.

그러나 백팔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단숨에 달려내려가면서 인증샷은 찍어두고....

 굽이 굽이 성벽을 따라 뛰어 내려오니, 예전에 아내와 찾았던 장경사가 반갑게 서있다

 하얀 석탑뒤로 대웅전이 자리하고.....

 오른편 요사채엔 칠불통계를 풀어 현판에 걸어 두었다.

諸惡莫作 (제악막작) ; 모든 악을 짓지 말고

衆善奉行 (중선봉행) : 착함을 받들어 행하라

自淨其意 (자정기의) : 마음을 맑고 깨끗이 하면

是諸佛敎 (시제불교) :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산사 내에서 약수를 마실 때 만큼이라도 세번에 걸쳐 마셔주었으면........

 첫 모금은 부처님 마음을 닮음이요,

 두번째 모금은 인연법을 따라 배움이요,

 세번째 모금은 다 함께 화합함을 실천함이니.......

 

 다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깃들수 있음이리라.

 이제 저기 보이는 곳이 동문(좌익문)인듯 싶다

 동문을 나와 찻길을 건너 제1옹성 암문을 향해 걸어야만한다.

  이미 석양은 나뭇가지에 걸려 노을지고 있다. 

 

 오름길에 잠시 단풍나무를 보며 단상에 젖는다.

 붉게 타는 단풍을 보며 알수없는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아님 나이가 들어 사물을 보는 깊이가 깊어져서 일까?

 나무한그루, 풀 한포기에도 눈길이 머물고 손 내밀어 매만져 보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가을 코스모스가 바람에 일렁인다.

 내 마음도 산들산들~~~~

 해가 지기 전에 부지런히 고개를 넘어야겠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종착점 - 약사사! 

 이곳은 불교 여래종 본산이며, 재가불자인 여자보살님께서 열반에 들어 화장을하니 사리가 나와 별도의 전각에 안치하여

친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금사리를 보고 참배하고 뜰아래 내려서니 어둠의 잎이 발아래 닿는다.

남한산성 산행은 이럴헤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