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조가 어느 날 밤이 깊도록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한밤중이
되어서 집안에 도둑이 들어 귀중한 물건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뒤 늦게 종들이 알고
쫓아갔지만 결국 놓치고 돌아오자 아내가 분통을 터뜨리며, “당신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도둑이 다녀 간지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라고 힐책하자,
“나는 도둑과 싸우느라 힘들었으니 그만하시오.”라고 응수했다.
이에 아내가
“도둑의 얼굴을 보았습니까?” 묻자,
허조가 말하기를,
“그보다 더 심한 도둑이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는데, 어느 여가에 바깥 도둑을 걱정하리오.”
라고 하였다.
<< 靜庵集, 정암집 >>
조선초 청백리를 말하자면 유가의 황희정승으로부터, 법가의 허조와 도가의 맹사성 그리고
불가의 변계량을 꼽는다고 한다.
그 허조의 일화에서 그가 싸운 도둑은 다름아닌 마음속에 나의 바르고 착하고 맑은 마음을
빼앗아가는 도둑야말로 그 어떤 도둑보다 흉악하고 무섭다고 이르고 있다.
세상살아가는 모든 이치가 나를 바로 세우지 않고는 모두가 부질없음을 일깨워 주고 있음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태어나시며 말씀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하늘과 땅사이 나 홀로 존귀하려면 그 스스로가 때묻지 않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했을 때 가능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영혼이 맑고 순수하다면 세상모두가 부처 아닌게 없음이여.
내 마음의 도둑은 언제나 내보내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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