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한여름에 가죽옷이라도 입고...

섬돌 2011. 5. 31. 09:37

 문희공(文僖公) 신석조(辛碩祖)가  항상 말하기를,

“할아버지의 성미 급한 것을 거울삼아 부드러운 가죽을 몸에 지니고 성급함을 고치려고

스스로 반성(反省), 자경(自警)했다.”

그러던 어느날,  춘추관에서 국사를 편수할 때에, 한 하급관료와 함께 필연(筆硯)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 하급 관료가 바쁘게 일하며 소리높여 말하기를,

“신석조야, 벼룻물 좀 가져오너라.” 하고는, 바로 부끄러워 낯을 붉히고 머리를 숙이고는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문희공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손을 잡고 말하기를,

“우리들도  어릴 적에 선생이나 어른 앞에서 실언한 것이 그보다 더한 적도 있었는데 무얼 그러는가.”

하고, 즉시 술을 가져오라 하여 잔에 가득히 붓고 마주 앉아 마시니, 사람들이 그 큰 도량에 감복하였다.

                        << 筆苑雜記, 필원잡기 >>

 아무래도 내가 가죽 옷을 입고 다녀야 할 듯 싶다.

 날이 갈수록 성질이 급해져 참지 못하는 마음이 커가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될수 있으면 참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성냄을 참지 못하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한 이불속에 잠을 자는 아내와 한 지붕아래 사는 자식들에게 내 감정을 쏟아버리고 나면

이내 후회하면서도........

 내 속내를 감추지 못함은 그들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옹졸함이 내 가슴에

자리하고 있음이리라.

 

 가까운 사람일수록 보다 더 배려하고 챙겨줘야 하거늘.......

 한 여름 가죽옷이라도 입고 참회를 해야 고쳐지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