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며.....

섬돌 2012. 12. 7. 15:59

길에서 한 어르신(老翁)을 만났다. 그는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를 이끌고 밭을 갈다가 잠시 쟁기를 벗기고

숲 밑에서 쉬던 차에 다가가 묻기를,

 

 

“어르신의 두 마리 소가 모두 살찌고 크며 건장합니다. 밭 가는 힘에는 어떤 소가 났습니까?”

하고 물었다.

 

어르신은 옆으로 와서 귀에다 대고 낮은 말소리로,

 

어떤 색 소가 낫고 어떤 색 소가 못하다고 생각하오.

라고 말하였다.

 

이에 ,

“어르신은 어찌 소를 두려워하여 이같이 가만히 말하오.

하니,

 

어르신께서는, 

그대가 나이 젊어서 들은 것이 없음이 심하구려! 짐승이 비록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사람 말의

좋고 나쁜 것은 모두 알아들어 제가 못나서 남만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찌 마음에 불평스런 것이

사람과 다르겠소? 그대가 나이가 젊어서 들은 것이 없구려!”

하였다.

 

이는 익성공(翼成公) 황희(黃喜)가 고려 말기에 적성 훈도(積城訓導)로 있을 때의 일로 황희정승은

그 후로 평생을  겸후(謙厚)한 도량은 그 어르신의 한 마디 말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였다.

고려가 망하려 하자, 군자(君子)로서 숨어 농사일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어르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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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고 눈 밝은 이는 스스로를 낮출 줄 안다.

겸손한 마음은 교만하지 않고 주변을 사랑하는 마음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도 안다.

 

때로는 내세우고 싶고 잘난체 하고 싶은 충동도 많지만, 돌이켜 보면 어지간히도 가진게 없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면 부끄럽고 창피하기 그지없다.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 근엄한체 하고 살지는 않고 있는지?

직장에서는 직책에 맞는 표정과 언어를 구사하고 있지는 않는지?

주변에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듯 포장하여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마음 저 밑둥에 사랑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면 감히 겸양을 말할 수 없음을........

따뜻한 마음, 따뜻한 눈빛, 따듯한 손길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면서 어찌 사랑을 입에 담을 수 있으랴.

 

마음과 머리가 마주보고 다툰다.

군자는 되지 못할지라도 마음자리 하나 가지런히 하고 밭가는 농군의 마음으로 살 수는 없는걸까?

뿌린만큼 거두며......

욕심내지 않고,

결코 내세우지 않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지고.....

 

오늘도 내 눈 반듯이 쳐다보는 우리집강아지 '미르'의 맑은 눈빛을 보며 잠시 상념에 젖는다.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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