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3년 1월20일 (일) 날씨 맑고 포근함
장 소 : 내설악산백담사계곡 (백담분소 ↔ 백담사 ↔ 수렴동 대피소 :총 23Km)
인 원 : 권승칠, 곽형근, 김문성, 김상현, 김성권. 김세봉, 김종권+1, 박 돈, 박찬정+1, 송재혁+1,
오진탁, 이문로+1, 이승배, 이동관+1, 이장원, 김진혁, 이제만+1, 정승수+1, 조병국,
강석용+1, 이문호, 달마가족2, 총 31명
버스에서 내려서며 마중나온 설악의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가 인사를 건넨다.
금새 모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몸과 마음은 벌써 힐링이 되어 편안함들이 뭍어난다.
짊어진 배낭의 무게 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 놓고 두팔벌려 심호흡을 해 본다.
우리들 모두의 표정에서 마음 따뜻함이 묻어난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잘먹고 잘자고 잘 노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오늘만큼은 모두의 표정에서 잘 먹고 잘 놀고 갈것 같은 느낌이다.
출발!
몇발자국 떼어놓기도 전에 선두는 저마큼 앞서나간다.
오늘의 선두는 단연 치타족 족장 이장원이고, 뒤이어 승칠이가 치고 나간다.
본진이 그 뒤를 따르는데.......
"아마 승칠에는 자기가 지금 제일 뒤라고 생각하고 따라갈겨!"
찬정이 한마디 거들어 잠시 웃음 꽃이 피었다.
그리고는 백담사에 오를 때까지 다시는 승칠이를 볼 수 없었다(쏜살같이 내빼서~)
어둠이 걷힌 하얗게 눈덮인 계곡을 타고 내리는 바람소리도 겨울밤이 고독하다고 울어대는 소나무 숲의
투정도 모두 품어주고 안아주는 널은 가슴을 가진 산이 우릴 반긴다.
한걸음 한걸음 떼어놓을 때 마다 뽀드득 뽀드득 정겨운 눈 밟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는 산!
시시콜콜 떠들어 대며 오르는 근 40년지기 친구들의 수다가 오죽하랴마는....
그래도 산은 침묵하며 우릴 품는다.
우리의 마음에도 산이 들어와 있는 듯 하다.
하얗게 펼쳐진 순백의 세상..
때묻지 않았던 어릴 적 우리들 마음의 고향.
너와 나도, 옳고 그름도, 빼고 더함도 없는...... 본래의 모습대로 갖추어진 본연의 마음자리!
백설이 내린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열어 보이고 있는 듯하다.
눈 덮인 도랑길을 따라 오르면 그 끝에는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잊어버리고 산 어릴 적 네 맑은 눈망울처럼 때묻지 않은 샘물이 쉬지않고 솟아 오를게야...
한겨울 추위에도...
사시사철 한결같이.....
잠시나마 동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산이 우리들 곁에 있어 좋다.
폼잡고 선 성권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어깨를 나란히 한 오늘의 강석용 팀장, 박돈 팀장, 박찬정 팀장......그리고 이문로 친구.
무겁게 둘러맨 배낭 속에는 푸짐한 점심 먹거리와 친구를 위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겠지?
그리고 아마 이들은 오늘 팀원들을 위해 얼마나 맛있는 샤브샤브를 해 줄까? 생각하고 있을게야..ㅋㅋ
이렇듯 하얀 눈 밭에 우린 하나가 되어 있을 때도
장원이와 승칠이는 아마도 백담사 어느메쯤에서 보이지 않는 본진을 하염없이 기둘리고 있겠지?
그래도 아직 줄서 있는 팀이 많아서리.......
오랜만에 산행팀에 잉꼬부부(?) 이동관내외!
이들은 아마도 오늘 밤 꽤나 긴 만리장성을 쌓을지도 모른다...(그 이유는 저 뒤에...ㅋㅋ)
알콩달콩...가족사랑이 가득한 아내의 애교어린 투정이 싫지만은 않은 찬정이도 속내를 감추고.....
따뜻한 남편 잔정이 많은 아내..... 이문로 내외도 잠시 연애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고....
마음씨 착한 오누이처럼 다정 다감한 송재혁 내외도
사랑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없은 만큼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강석용 내외도.....
언제나 연인처럼 새록새록 사랑을 키워가는 김종권 부부도
나도 얼떨결에 후방을 책임진 세봉이와 진탁이 곁에서 꿈을 꿔본다.
그 꿈이 동심이어도 좋고.....청춘이어도 좋다.
맑고 하얀 순백의 마음이라면......
저멀리 백담사 일주문이 눈에 든다.
속세와 네세의 경계이며, 하나로 엮어질 수 있는 경계이면서 하나일 수 있는 문!
저곳을 지나면 백담사가 눈에 들어오겠지?
소유와 무소유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낼 수 도 있을게야.
나의 작은 소망하나처럼.....
이곳을 지나친 수많은 산객들도 내 마음과 같았을까?
간절한 소망을 차곡차고 쌓아올린 소박한 마음들이 눈에 든다.
한참을 기다렸다 다시 선두에 선 오늘의 족장 이장원이를 지금 카메라 앵글에 담지 못하면 아마
산행중에는 다시 그를 보기 힘들 듯 싶어 한방~~꾹!
발꿈치를 다친 후로 서로 산행이 엇갈려 오랜만에 함께한 제만도......
쭉 뻗은 소나무 숲길에서 멋진 사내 둘이 포즈를 잡는다.
쭉 뻗은 테가 숫것들이 맞기는 맞는 듯 하다.
오늘 사진을 찍는 남푠 때문에 외롭게 산행을 해야만 했던 아내!
다른 친구들처럼 곁에서 살갑게 동행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했을 아내!
힘에 부쳐 앞뒤로 뛰어다닐 수 없는 체력의 한계 때문에 다음 산행부터는 아내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편노릇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미안해....여보~~)
소나무 군락을 지나 한참으 걷다보니 울창한 침엽수림 길이 펼쳐진다.
올 곧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중천에 뜬 햇살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뱃속에서는 꼬로록~~
점심을 재촉하는데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야트막한 고갯길을 올라서니 고개를 오르던 늙은 소나무 하나 눈밭사이로 열린 얼음장 밑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계곡물 바라보다 바위에 팔을 걸친 채 낮잠을 즐기고 있다.
침묵과 멈춤이 물소리 흐름과 하나가 된 곳.
지나던 구름도 잠시 가던길을 멈추어 선 곳.
동관이 부부도 쉬었다 가고,,,(쉬어만 가랬더니 뭔일인고 ⑲ )
석용이 부부도 쉬었다 가고
승배, 문호, 돈, 형근이도 쉬었다가고
문성이와 종권이도 쉬었다가고
상현이와 병국이도 쉬었다가고
앞서간 남편몰래 검은 선글라스낀 성권이를 남편이라 생각하며 잠시 한눈을 판 종권이 색시도 쉬어가고.
(그러고 보니 이름도 성권이나 종권이나...둘다 권이 아이가?)
괜히 기분 좋아 으쓱이는 성권이와 고독남 진혁이도 쉬어가고..
부부인겨> 애인인겨? 문로 부부도 쉬어가고...
뭔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키스사례를 퍼 붓는 찬정부부도 쉬어가고....
다 쉬었다 갔는 줄 알았는데 .......
후미를 책임진 진탁이와 세봉이도 쉬어가니......
모든 산객의 쉼터로서 이만한 보시를 베풀기도 쉽지는 않을터, 마음을 비운 그자리가 우리의 쉼터!
앞서간 친구들아!
우린 여기 잠시 쉬며 갈증난 목도 축이고, 쉬었다 가련다
.가는길에 어렇듯 멋진 금강송나무도 한참 올려다 보며 구경도 하고
장승처럼 온산을 호위하는 허리 곧게 세운 바위들에게 합장하여 인사도 해가며
호젓한 산길을 걸어서 간다.
양 옆으로 줄지어 도열한 병사들처럼 흰 눈을 딛고 선 나목들이 비켜선 길을 따라 허우적 허우적 바람을
가르며 산길을 오른다.
저만치에 산사가 보인다.
무릉도원일까?
지친 몸을 쉬게하고 싶다.
영시암에서 산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따뜻한 차한잔으로 입에 달고온 투정과 피곤을 꿀꺽 삼킨다.
이렇듯 쉬고 있는사이.....
우리팀 팀장(박찬정)만 눈에 띄고 다른 팀장들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뭔일일까?
이렇듯 아름다운 설경도 채 담지 못했는데.......
사라진 팀장들을 찾아 부지런히 수렴동 산장으로 오른다.
박돈 팀장네도 한테이블
조병국팀장도 한테이블
강석용팀장도 한테이블
김성권 팀장도 한테이블!
우리팀은 갈곳이 없다.....ㅠㅠ
밖으로 쫓겨나야 할 판이다.
어느덧 각 팀별로 맛있는 샤브샤브의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은행도 볶고,....볶음밥 요리에 각종 밑반찬...
자기팀원들을 위해 배낭 깊숙이 숨겨온 팀장들의 먹거리들이 하나둘 실체를 들어낸다.
라면스프에 ...
레몬 소스를 곁들인 양념장과 버섯.....
그리고 칠리 소스와 물만두, 칼국수까지.......
우리팀도 간신히 박돈 팀장네 옆에 전세를 얻었는데......
어째 주객이 전도된 느낌???
식후 그윽한 커피향으로 기름기도 빼내고, 과일로 디저트까지 먹었으니 다리는 고달팠지만 뱃속은
극락일세....
이젠 배도 부르고 등도 따습고.....
하산을 준비하며 혹시 지친 내 체력으로 따라가지 못할 듯 하여 여기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줘야할 것
같다.
<박찬정 부부 정말 용두팔 회장에 팀장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사진사 역할은 한 우리 부부를 위해 연사로 찍은 기념사진>
<오늘 계를 탄 동관이 부부>
<늘 우리의 지킴이 세시봉 -김세봉>
<송재혁 부부>
<강석용 부부>
<김문성, 강석용, 김세봉, 김성권>
.......그리고 나
내려오는 길에 발이 푹 빠진 조릿대를 보게 되었다.
우리들의 우정도 한겨울 추위에도 절대 꺽이지 않는 푸르름으로 영원히 함께 하길 소원해 본다,
성권이와 세봉이.....
서로 자기 옆으로 와서 함께 찍자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다 낙랑장송될라.....
암튼 누가 자리를 끝까지 지켰는지.....
셋이서 한 나무아래 하나가 되었다는 전설을 남기고 하산~~~
올라가며 보아논 족툑을 위한 장소에 도달!
제일먼저 성권이 성큼 발을 담근다.
굳이 네 표정을 보지 않아도,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어떠할지.....
뒤이어 세봉이 발을 담근다.
그런데 이 친구는 사람인겨? 귀신인겨?
얼음장처럼 찬 물에 서 있는데 도대체 아무런 미동이 없다.
나도 발을 벗고 들어 섰는데....
도대체 아직까지도 물속에서 족욕을 즐기는 세봉이!!!!
아이고 내 발 깨지겄다.
황급히 물밖으로 나왔는데도 ......아직도 세봉이는.....
그는 무감각? 무신경?.....
규일아! 다음에 세봉이 니네 약 한봉지 갔다 줘바라.....혹시 반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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