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삼악산 유월 정기산행-용두팔

섬돌 2013. 6. 16. 21:52

언 제  ;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당일

장 소  ; 강원도 강촌 삼악산 (의암댐 매표소 - 삼악산장 - 상원사 -깔닥고개 - 암릉구간 -삼악산( 용화봉) 정상 -333 계단 - 흥국사 - 선녀탕 -등선폭포 매표소( 약 4시간)
누 가  : 김세봉, 박찬정, 조병국, 오재득+ 어부인+ 오태준, 오진탁, 이제만 + 조성애, 김상현, 정승수, 이용우(유도회) 총 12명

 

 1월 백담사 정기산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찾은 용두팔 유월 정기산행.

 이른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상봉역으로 달려가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그리움이 쌓이면 병이 된다고 하던데.......

 

 오랜만에 보고싶은 친구들과의 산행이 기다려졌음일까(?)  - 어릴적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이었다.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어 오늘 삼악산 산행은 시작부터 상쾌하고 행복했다.

옛날 경춘선 열차만큼의 낭만은 아닐지라도 늘 넉넉한 웃음과 따뜻한 눈빛을 담아주는 친구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여행!

어느덧 강촌역에 도착해서 역사를 빠져나오니 예전에 보던 강물은 오간데 없고 저멀리 삼악산이 우뚝이 서서 우릴 반긴다.

춘천에서 달려와 준 오진탁 부부와 아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출발!

여기가 삼악산 의암댐 들머리!

조선 후기 학자이며 의병장이었던 춘천 출신 의암 유인석 옹의 호를 따서 만들었다는 의암호를 뒤로 바라보며 올라가는 산행이라 풍광은 빼어날 듯 싶다.

일찍부터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던 재득이가 반갑게 우릴 반겨주고.....

드디어 오늘 산행에 참가한 모든 친구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한다.

뒤로 보이는 산행길이 무척이나 가파르고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출발이다.

오늘 산행은 가파르고 숨이 깔딱깔닥 넘어갈 만큼 힘들다며 정기산행인 만큼 놀며 쉬며 오르기로 은연 중 약속을 했다.

 

정말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산행의 묘미도 느끼고......

가끔 뒤돌아 내려다 보면서 푸르른 의암호에 가쁜 숨을 토해낸다.

우거진 숲 - 참나무 잎새사이로 유월의 햇살이 쏟아져들어오고, 땀으로 범벅된 산객들은 그늘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가끔 강바람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훌치고 지나갈 때면 산아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시원한 행복을 느낀다.

앞서 간 친구는 뒤쳐진 친구를 기다려 주고.....

뒤쫓아 오르는 친구는 기다려 주는 친구에게 고마뭄을 느끼고.......

땀도 닦고 서로에게 물도 권하며 하나되는 느낌 - 산은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산에오면 모두가 너그러워진다.

산에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산에오면 모두가 하나가된다.

육체적인 고통너머에 정신적인 힐링을 얻어갈 수 있는 곳 - 산!!!

이렇한 마음이 나만의 생각일까?

 

산을 오르며 오진탁 교수가 스치듯 던진 말 ,"이젠 웰다잉도 중요하지만, 웰에이징(멋지게 늙어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한 그 이면에는 우리모두가 건강하게 늙어가길 소망하고 있음일게다.

산은 어쩌면 그 해답을 우리에게 주고 있지는 않는지........생각해 볼 일이다.

너덜길을 따라오르다보니 계단도 돌들로 얼기 설기 만들어 놓았다.

계단위로 상원사 대웅전이 빼꼼이 보이고.....

아담한 산사가 눈에 든다.

법당에 들러 7배의 예를 갖추고, 나왔다.

스님의 낭랑한 염불소리가 온산을 깨우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대지에 숨쉬는 모든 미물들까지 깨어나 바로 서기를 발원하며.......

상원사를 지나 얼마쯤 올랐을까?

산중턱에 다다른 우리는 이제야 첫 막걸리를 꺼내어 한잔씩 목을 축인다.

안주로는 시원한 오이와 마늘쫑 .....그리고 성애씨가 내놓은 방울토마토와 진탁의 가방에서 나온 사과로 푸짐한 간식으로 출출한 배도 채울 수 있었다.

제만이는 낧씬한 뱃살을 자랑하고....

 

세봉이는 너럭바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니...

이에질세라 상현이는 다리하나 걷어부치고 제대로 폼을 잡는다.

이제 많이들 쉬었지?

땀도 식었으니 또 정상을 위해 출발이다.

아내의 발걸음에 맞추어 기다려주는 남편.....그리고 곁에서 지켜주는 아들!

행복한 가족산행 - 어쩌면 우리 용두팔이 꿈꾸고 있는 산행이 아닐까 싶다.

발아래 의암댐이 우릴 올려다 보고 있다.

깍아지른 절벽.....그 길을 우린 걸어 올랐다.

지나는 산객이 비명을 토해내며 걷는다.

"여보세요, 왠 비명소리를 내며 산을 올라요?" 내가 묻자,

"이 산은 저와 맞지 않는가봐요. 헉헉~ 끙끙~" 대답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다.

 

산이 그대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쉬어가는 미덕도.....

즐기며 느끼며 호흡하며 걷는 참 맛도 모르고 오직 정상을 향해가는 그대가 안스러워 보였다.

힘들면 이렇듯 쉬었다 가고.....

정다운 친구와 산바람도 쐬어도 보고......

너도 한장 찍어야지~ 손내미는 정겨움도 느껴보고...

스승과 제가가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오르는 산행.

산행은 가파르고 힘들수록 서로를 보듬어주고 기다려주는 따뜻함이 있어 좋고, 원만한 산행일수록 조잘조잘 세속의 못다 푼 수다를 산자락 군데군데 펼쳐보이며 걸을 수 있어서 좋고.....

얼마쯤 오르다보니 기이한 소나무가 눈에 띈다.

자신의 영역을 무단 침입(?)한 이름모를 나무 한그루를 옥죄어 말라 죽여 버렸다.

연리지 나무처럼 서로 부둥켜 안고 살 수는 없었을까?  아님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내가 사는 삶 속에서도 혹여 누구의 생존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곰곰히 생각에 잠겨본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들...

한 곳을 바라보며 땀 흘려 오르는 그들의 마음 속에 흘린 땀의 량만큼 사랑의 영영분도 보충되었으리라.

산마루 돌아드니 이번에는 더위에 입을 벌리고 호흡하려고 솟아오른 춘천호의 붕어섬이 산바람이 부러운듯 우릴 멀끄럼이 바라다 본다.

상현이도 눈인사를 하고....

뻘쭘히 서 있던 세봉이도 덩달아 옆에 섰다.

 세봉교수와 애제자(?) 이용우씨도 어깨를 나란히......

 

드디어 산 정상에 다다랗다.

저 멀리 화악산과 계방산......봉우리 봉우리마다 제이름을 단 산들을 열심히 설명하는 조병국 총무의 산자랑에 침이 마른다.

드디어 삼악산 용화봉 654m 정상에 섰다.

산그늘 벗을 삼아 놀며 쉬며 오른 1.7Km - 오늘도 산은 많은 산객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어준 채 허허로이 웃음만 날린다.

친구야!

가슴에 무엇을 담고 올랐느냐?

저 아래 켭겹이 옭아 매었던 동화줄은 풀어놓고 올랐느냐.

투포환처럼 무거운 짐 하나 짊어지고 올랐느냐.

가진만큼 무겁고 힘겹게 올랐을 정상인데.......

 

그곳에서 본 하늘과 자연은 본래 그대로 인 것을.

문득 연닢의 삶이 떠오르는 오늘의 산행.

자신이 지탱할 만큼만 받아지니다 넘치면 모두를 비워내는 삶.

 

친구야! 우리의 나이도 이젠 비워가며 새로움을 담아내는 나이가 되지 않았니?

앞으로 짊어진 베낭속에 세속의 터럭들은 덜어내고

친구에게 나눠 줄 고운 마음하나 담아 올라보자.

옛날 추억만을 담아 오르지 말고, 앞으로 10년 20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추억하나 담아 올라보자.

 

산은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그런 우릴 맞아줄거야.

태준이도 먼 훗날 삼악산 정상에서 엄마와 함께 한 추억을 담아 갈수 있어 좋았을게다.

오늘 산행이 즐겁고 재미있을 거라고 데려왔을까?

"산에서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게 없다."는 녀석의 말에 왠지 쓴 웃음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오롯이 피어난 야생초- 너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산을 찾는 마음 중에 하나이다>

 오늘의 먹거리들....온갖 잡곡밥에 정성껏 가지런히 쌓아 온 반찬들에서 친구를 위한 마음들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특히, 찬정이 부인께서 을지로 골뱅이 무침과 국수까지 삶아 쌓아 준 정성- 다들 감복과 찬탄의 마음으로 금새 동이나고....

 산 속에서 끓이는 라면발이 이젠 완젼 수준급인 병국이표 너구리도 일품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와 과일로 디저트를 즐기며, 차기 용두팔 산악회 회장에 대한 논의도 해 보았다.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여기서 밝히면 등산 간사람과 안간사람이 똑같으니....(비밀에 붙이고.ㅋㅋ)

하산길에 잠시 족욕을 즐기기로 했다.

유월의 쏟아지는 태양을 막아주는 울창한 참나무 그늘아래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오늘 산행의 피로가 모두 가시는 듯 하다.

다같이 발을 담구고 하나같이 시원함을 느끼며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

바위틈을 타고 도랑도랑 정겹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며. 숲 속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이름모를 새 들이 피워 낸 그리운 울음소리로 우리들의 고단한 삶을 힐링시키고......

힘을 내어 하산을 서두른다.

부부만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친구들의 얼굴도 닮아가는 듯 하다.

어쩌면 산이 우리를 닮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내가 발걸음이 더디다 보니 진탁이네 부부가 많이 찍혔네..ㅋㅋ>

<그리고 늘 후미를 책임지는 세봉이도 마찬가지>

다리를 건너 산모퉁이 돌아서면 어떤 길이 나올까?

부부는 도란도란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다가 올 앞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가끔은 모난 돌이 앞길을 막아서도

험난한 길이 놓여 있어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함께 걷는다.

둘이면서 하나인 부부.

부부는 알뜰살뜰 서로를 보듬어 주며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행복은 먼데 있는 것이 하니라 곁에 있는 것을 알아가느데 있는 것은 아닐까?

수억년전 전설을 품어 안은 기암괴석들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인간들은 그 곁에 길을 내었다.

허지만 계곡은 커다란 폭포를 만들고 그 한가운데 하늘을 담은 소에서 잠시 머물다 간다.

가뭄이 심하지만 삼악산 백련폭포는 상류임에도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절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들과 기나긴 세월을 공존하며 살아온 이끼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나무와 숲 그리고 물과 하늘.....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얼마나 더 감동하고 느껴야할지.....보고 또 봐도 담아가기 어려운 이 아름다움을 어찌 또 토해내야 할지......

고맙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자연에게.

 

 

아들은 일찌감치 눈치를 채고 달려내려갔고, 두 부부는 알콩달콩 .....

 

세봉이도 삼악산 경치에 잠시 머물다 간다.

이직도 보여줄 곳이 남아 있는 산!

드디어 등선폭포앞에 섰다.

사제지간끼리..

새로운 인연끼리.....

그리고 구수한 친구들 끼리....

삼악산 등선폭포 입구에 다다른 우리 일행은 조그만 주막집에 자리를 잡았다.

헤어짐이 아쉬운 시간이 다가왔다.

재득이와 진탁이의 정성이 보태어져 더욱 풍성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삼악산 산행!

함께 만나서 하루종일 욕심을 버리고 기대와 감동으로 엮어 낸 산행에 대해 용두팔 산악회 임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너희들의 희생과 보살핌으로 나처럼 바쁘고 시간내기 어려운 친구에게도  언제 어느때곤 이렇듯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우리 멋있게 아름답게 늙어가기위해 너희들이 필요하다.

친구야! 고맙다. 늘 내곁에 있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