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친구들 -2017년 북한산 산행 및 송년행사

섬돌 2017. 12. 18. 14:35

일  시 : 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맑음 10시

장  소 : 우이동 - 진달래 능선 - 대동문

           구파발 - 백화사 - 북한산 입구 - 증흥문 - 대동문 - 합류 - 우이동 하산

참가자 : 황기수,이용복,김재원,송재혁,이문로, 김상현,이재민,김용회,정승수,박종걸, 김석종,김규일,이규완9,이문호,최인규,
           이 웅,이동관,박찬정,이구용,이제만, 김태선,오재득,박종범,이권우,김영진, 백종대,임순만,이명철,권승칠,강석용,
           강홍렬,김무성,박기철,박준호,송필만, 이장원,김우중,김세봉


 쨍하고 깨질 것만 같은 쪽빛 하늘이다.

심술궂은 마음에 잔뜩 찌뿌린 얼굴을 하고 있더니 밤새 마음이 풀렸을까?

겨울 햇살이 북한산 가득 꿈꾸며 내려 앉는다. 


친구들 마음에도 햇살 한가득..... 웃음 한가득......

같은 교정을 떠나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서 이제 또 한모습으로 돌아오는 걸까?

발아래 쌓인 눈처럼 머리에도 희끗희끗 백설이 내리고.......

먼길 돌아 온 친구가 반갑기도 하고, 먼저 간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겨울산 여기저기 웅웅 대는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기도 한 아침!



그래도 기다려 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고, 기다려 줄 친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 행복한 아침이다.

'친구가 없는 사람에게는 종교가 다가온다'던 어느 시인의 읊조림이 생각난다.


오늘처럼 눈부신 날에는 자신을 가두지 말자.

사방이 막힌 방에서 밀린 잠 속을 헤메지말고 맑고 고운 햇살 속으로 나서보자.

온 세상 가득 하나님의 은총으로 빛나고 있지 않더냐!

그대 마음 가는 곳이 부처가 있지 않더냐!

가끔은 친구들 웃음 소리를 들으며..... 난 차라리 한뼘 더 자라고 성숙하고 싶다.


북한산의 동쪽과 서쪽하늘이 파랗다.

이름지어진 삶은 달라도.......

본래 모습은 하나이지 않았을까? 

맑은 심성 - 우리가 평생 동행해야 할 숭고한 기도

산에는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 따뜻한 품안으로 오늘 난 또 한걸음 걸어 들어간다.


구파발에서 9시에 만난 석종이와 백화사 입구에 내려 북한산성 입구까지 걸었다.

맑은 어묵탕에 탁한 막걸리 한사발 앞에 놓고 살아온 날들을 풀어낸다.

아직 우이동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다 모이지도 않았을 시간!

산에 들기도 전에 텁텁한 막걸리로 속을 뎁힌다.

때론 산밑에서 이렇듯 힘겹게 살아 낸 옛 매듭들을 하나 둘 풀어 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행복이다.


우리들의 뽀얀 입김이 꽁꽁 얼어버린 겨울 산을 녹인다

산모퉁이 돌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노라면 나란히 걷는 두 어깨 만큼이나 가까워진 사이.

펄떡이는 심장소리 너머로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

살얼음 밑으로 졸졸 미끄러져 내려가는 시냇물 소리.

몇 개 남지않은 이파리를 부여잡고 웅웅 울고 있는 상수리나무들

산길에서는 모두가 내 안에 있다.

열린만큼 보이고 들을 수 있잖은가!

손 내밀어 구르는 바람도 끌어 안을 수 있다.

어느새 우린 하나로 걷는다.

 한참을 말동무되어 함께 걷는다는 것!

그런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때로는 아무런 말없이 앞서 걷는 이의 발걸음을 따라 오르는 것도 좋다.

몸비비며 부둥켜 안은 채 추운 겨울을 나는 나무들에서 우리의 삶을 엿본다,

누군가 내 곁에 함께 해 줄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산행은 항상 넉넉하고 포근하다.

다 함께 기쁜 마음으로 맞아주는 친구들.....

올라 온 길은 달라도 친구이기에 눈 맞추며 반갑게 기다려 주지 않더냐.

우리 남은 인생길에 무엇을 채워갈 수 있으랴~~~


하나 둘 자식들이 부모곁을 떠나고 나면 불현듯 밀려오는 허전함!

발자국 소리 멀어져 간 아이들 방 한가운데서 덩그마니 달래는 외로움보단 산에 올라 친구들 웃음소리 들으며

함께 떠들고 즐기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



한사람 곁에 또 한사람~~♬

서로 어깨동무하며 곁을 내어 줄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

" 내 마음도 낑겨줘~~~~"

늘 뒤따라 땀 흘리며 오르던 광묵이의 음성이 산 언저리를 맴돈다.

널 떠나 보내던 날  애틋한 마음은 이제 털어 버릴란다.

이산 어디쯤에 널 날려 보내야 넌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올라 하늘나라에 깃들테니........


지난 봄 - 시산제 때가 생각난다.

다함께 건강하자고....

모두의 안녕과 행복과 건강을 위해 함께 절하고 음복하며 걸었던 약속!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다.

아픈 상처는  보듬어 주고, 서로의 말에 귀담아 들어주며 아름답게 익어가는 친구가 되어보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조심조심 하산을 시작했다.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내려서는데........

늦게 오른 친구들을 위해 남겨놓은 백두산 산삼주를 꺼내 놓은 우정!

술잔을 받아 든 내 마음은 떨고 있었다.

지난 여름부터 함께 마실 친구들 얼굴을 생각하며 숙성시킨 술향.

그것은 녀석의 끈끈한 마음이었던게다.

모든 걸 잊고 말았다.

어쩌면 난 이미 취해 버렸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행복이 이런게 아닐까?

다함께 나누는 우정이어서 더욱 뜨거웠다.



햇살을 등지고 산길을 내려간다.

하얀 눈밭에 묻어 둘 이야기들도 있을거다.

푸르른 하늘 바람처럼 떠도는 이야기도 있을게다.

허지만 아직도 채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긴 그림자처럼 널려 있는 것 같다.

달려가 그들의 이야길 엿듣고 싶다.

용두팔 송년회 겸 정기총회 .....

시작 전 건배도 하고....


먼저간 산악인과 친구들을 위한 묵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산악인 선서는 마치고 먹자~~

선서를 하는데 눈동자는 어디에 머무는겨????

2년간 용두팔 산악회를 이끌어 온 황기수 회장의 퇴임사도 듣고.....

등산대장에서 산악회장으로 소임을 부여받은 신임 김재원회장의 인삿말에도 경청하고....


산악회 활동에서 개근한 최인규...

송필만....

김재원 세명이 개근 상품을 받았다.



이어지는 전임 회장님의 회고문 발표 때에는 다들 먹느라 듣는 둥 마는 둥~~

나는 찍사니까 열심히 찍고.......뭔 말 하는가 그래도 귀담아 들었어유~~~

취해서 다 기억은 남지 않지만 참 좋은 말 많이 했잖유!!!




금 한돈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신임 회장의 감사패 증정과 함께 기념 사진도....

이렇듯 또 한해는 저물어 간다.


못다 푼 이야기들일랑 다음으로 미뤄두자.

아쉬우면 어깨동무하며 노래라도 불러보자.

웃으며 나누는 사랑의 손 하트속에는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자.


어느덧 도심에 어둠이 내렸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친구들!

이제 그마음 그대로 품고 살아가자! 친구야!!!

건강한 모습으로 연말 잘 보내고 새해에도 지금처럼 웃으며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