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2020년2월 선자령 눈꽃산행기

섬돌 2020. 2. 17. 08:57

일      시 :2020년02월 16일

장      소 : 선자령

인      원 : 강홍렬,이동관+1 ,이제만+1,송재혁,박기철, 이문로,김재성. 송필만,김규일,김상현,김세봉,김영진,
  김재원,김재영,김형수,박상수,박찬정,  박종범,백종대,용명원,윤우섭,이용복, 이장원,정승수,이구용,최인규,
  황기수,이승배,김석종,김용회+1 박준호. 34명 + 김용범, 이동훈  총 36명


盛年不重來 歲月不待人 (성년불중래 세월부대인) 도연명이 쓴 시에서 일부분을 캡쳐한 내용이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아니하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 선자령 산행기를 쓰며 2007년 2월 10일 용두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선자령 산행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고 김성권 동문을 비롯해 많은 친구들과 맑고 푸른 하늘과 하얀 눈밭을 함께 걸었던 선자령 능선이었는데......

파릇파릇했던 젊음도.....함께했던 친구들도....

그리움 가득한 오늘 산행이다.

그래도 많은 친구들이 함께 동참해서  2020년 눈꽃 산행의 힘찬 기운이 선자령 입구에서 가득하다.

6시30분 노원역을 출발한 버스는 어김없이 7시쯤 잠실운동장 7번출구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선자령으로 출발!

버스안에서 오늘 산행에 대한 회장인사와 본회 회장의 인삿말과 함께 박준호 대장의 일정소개등으로 이어졌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밥과 물, 송재혁 고문이 밤새 깍아서 일일이 팩에 담아 온 배와 도라지 배즙, 이장원 고문이 준비한

백설기, 이동관재무의 보온팩까지 본회와 친구들의 사랑이 아침부터 버스 안에 풍성하다.

선자령입구에 도착한 일행 모두는 안전산행을 다짐하며 새로운 추억을 담아보려고 한다.


살면서 문득문득 문을 닫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돌아 볼 때가 있다.

닫힌 문으로는 문밖의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없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서 내 스스로 문단속을 잘하고 닫아버리면 고립된 채 외롭고 쓸쓸해 하지 않을까?

내가 닫아 버린 지난 날의 친구들이 때론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살면서 자물쇠로 문을 채우지 말고 언제든 문열고 나설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삶 속의 틈을 내어줘 보자.

빼꼼이 문을 열어보면 겨울의 끝자락......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듯......

우리 나이들어가며 그리워만 하지말고 마음의 문을 열어 웃고 즐기며 함께 걸어보면 어떨까?




요즘 불편한 다리로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온 김재성 + 박종범,

구 대관령 휴게소입구에서 국사 성황당입구까지 함께 걸어보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 친구들 먹거리를

함께 준비해준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이어서 좋다.

박준호 대장이 앞장서서 오르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앞 뒤가 길게 늘어서서 걸어 오른다.

내 걸음대로 편안하게 수다도 떨면서 걷는다.

국사 성황당 밉구에서 친구들은 하산을 하고......


우린 배낭과 스패츠 그리고 아이젠을 고쳐 신고 산행 준비를 한다.

눈은 내리고 있지 않지만 금새라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듯한 날씨 -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행보다

친구들의 체력안배와 안전을 위해 목장길로 산행 코스를 잡고 편안한 산행을 하기로 했다.



마치 전장터의 용사들처럼 완전 무장을 한 친구들 복장으로 쉽게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오늘은 유심히 친구들 얼굴을 찾아 보는것도 묘미!

멀리 앞서 가던 조성애씨가  팔을 다쳐 깁스를 한 남편을 망부석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함께 붙어 있으면 지지고 볶으며 살아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하고 기다려 주는것이 우리 부부들 모습 아닐까?

오늘 함께한 세쌍의 부부들을 보니 한편 부럽다.

함께 건강해야 이렇듯 함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인생도 오늘처럼 건강하게 함께 위해주며 걸어가길 빈다.


오늘 우리가 걸어 갈 길은 선자령 입구 - 국사 성황사 -  영웅의 숲 -재궁골 삼거리 - 샘터 - 선자령으로 이르는 구간을

왕복하기로 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건강한 부부, 다정한 부부, 함께하는 부부.......


영웅의 숲길을 지나쳐 제궁골 삼거리를 향해 벌걸음을 옮긴다.

대부분의 산행은 시작부터 능선을 타고 오르는데, 오늘 산행은 하산하듯 내리막길을 약 2~300M 걸어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이 잦아들어 평온 산행을 할 수 있다.

키 큰 나무들 머리위로 쌩쌩~~ 바람소리가 가지들을 때리며 매섭게 몰아친다.

웅웅 울어대는 나무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며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오른 편 쪽으로 물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가지말라고 투정부리는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 속에서도 봄은 이미 계곡마다에 봄소식을 싣고 열심히

달려 내려오고 있질 않은가!


하늘향해 늘씬하게 뻗은 낙엽송 아래 작은 오름길을 따라 걷다 사진도 찍어보고......

선자령 계곡의 습원지역도 건너 뛰기도 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령이 100년이나 훨씬 넘었을 듯한 자작나무 곁을 지나 걷디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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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좋아~

부부가 좋아~

다함께 자작나무 군락지에서 추억도 담아보고.....



한참을 걸었는가 싶은데.....

아직도 올라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도 눈 덮인 겨울 산행은 아이젠을 차고 오르기 때문에 다소 힘은 들지 모르지만, 소복이 쌓인 눈밭에

눈길도 주고........

코끝으로 느껴지는 차고 싱그러운 겨울바람의 속삭임에 심장이 턱턱 막힌다.

욕심과 허물을 벗은 채 본래의 모습으로 구도의 삶을 사는 겨울나무들의 수행에서

다가올 봄을 향해 어떤 꽃망울들을 잉태하고 있을까...

나란히 한참을 함께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도 좋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목도 축여가며 가는 것도 좋다.

느린 걸음으로 따라 오르는 친구들을 기다려 주는 마음들이 이심전심을 전해진다.




어느새 정상까지 거리가 반을 넘어섰다.

함께 하지 못하는 타국의 친구에게 보내주겠다며 함께 사진을 찍는 친구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친구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 - 우정이란 크고 거대한 마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고 담아가는 작은 마음으로부터 커지고 단단해 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겨울 왕국으로 이제 한발자욱 더 들어서는 기분이다.






지금까지는 오른 것은 예행 연습인 듯 싶다.

바람소리도 더욱 거칠어졌다. 그러때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세상이 점점 하얗게 하얗게 변해간다.

조금 더 걸어오르면 겨울 왕국의 엘사를 만날 수 있으려나.....?

발걸음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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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세찬 바람에 친구들 핸드폰의 배터리도 제 성능을 잃고 말았다.

바로 눈 앞 선자령 정상인데..... 여기서 사진을 더 이상 찍을 수 없다면 어쩌나......

그래도 품안에 잘 담아 온 친구들이 하나둘 사진을 찍는다.






보조 배터리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열심히 심페소생술을 하고 있는 동안에......

살을 에이는 듯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찬정이, 규일이, 홍렬이가 열심히 나를 비롯해 선자령 정상에서

친구들 사진을  찍어준다.


그러는 사이에 죽었던 생명이 보조 호스를 통해 살아났다.

다함께 선자령의 차디찬 바람을 이기며 용두팔 깃발과 함께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숨이 살아날때 까지 잠시지만 기다려준 친구들 고맙고 사랑해~~~

천지가 하얀 눈밭이 되었다.

여기저기 상고대와 눈꽃들이 만발하다.

올 겨울 눈다운 눈을 보지못하다가 이곳에 와서야 겨울 눈을 실감한다.











금새라도 날아갈 듯한 강풍 속에서도 온 몸으로 버티고 서서 열심히 추억을 담는다.

이 눈이 그치고 나면 따뜻한 봄의 전령이 여기저기 날아 들겠지........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여기 저기 둘러앉아 점심을 준비한다.

각자 준비해온 배낭 안에서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산 정상에서 먹는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과......풍미 가득한  소불고기!

입 맛 가득 침샘을 자극하는 흑산도 홍어와 문어숙회, 건강미 듬북담아 온 현미개떡!

구수하고 진한 곰탕에 쫀득한 찹쌀 순대.....그리고 바닷내음 가득한 어묵탕과 갖은 반찬들!

이루 다 담을 수 없는 맛과 정성들에 터질 듯한 배~~~

후식으로는 빨간 딸기와 노란 한라봉등.....

정상까지 꾹 참고 술한잔 마시지 않고 올라 온 친구들의 주머니 속 숨겨 놓은  온갖 비주(秘酒)꺼자....

볼품은 없을지 모르지만, 담겨진 사랑과 맛은 일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을만큼 맛있고 풍성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종대는 어린아이처럼 눈썰매를 사가지고 와서 열심힌 눈을 지친다.

빌려타 본 그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내년 겨울에는 단체로 주문이라도 해야할 듯 싶다. ㅋㅋ

선자령 정상사진을 담지 못했다며, 용복인 눈밭에 섰다.

아마도 이렇듯 바람많고 추운 선자령에서의 추억을 마음에만 담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나 보다.



그새 내린 눈으로 나무들과 들판이 온통 흰 눈을 덮어썼다.

나도 따라서 하얗게 되었을려나???

마음에 터럭을 하얗게 덮어버렸으려니.......




맑고 청명했던 2007년 겨울의 선자령 산행처럼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하얀 눈발이 세차게 몰아치는 선자령에서의 멋스러움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듯 싶다.

오늘 맞은 눈만큼 올해 모두들 행운과 행복이 가득헸으면 좋겠다.



바람의 힘이 더욱 세어졌다.

앞을 바로 쳐다볼 수 없을만큼의 강풍이 몰아친다.

흔들리는 카메라가 촛점을 잃었다.

동화속 크라이막스를 보는 듯, 춥고 무섭다기보다 가슴이 뛰고 벅차다. 오히려 황홀하다.

못찍는 사진이지만 여기저기 마구 찍고 싶었다. 많이 많이 담아가고 싶은 그림들이 너무 많다. 앞서 하산한 친구들이

기다릴까봐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때 표정과는 다르게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준다.

먼 시간이 흘러 지금을 더듬어 볼 수 있다면 가슴 뭉클하지 않을까?



아침에 걸어 내려왔던 그 길에 어느새 하얗게 눈이 쌓였다.

키 큰 나무들도 하얀 롱코트를 입고 섰다.

내 모자 창에도 하얀눈이 소복히 쌓였다. 오늘 마음껏 겨울을 만끽하며 행복할 수 있었다.



오전에 올랐던 그길을 따라 내려 왔건만, 새로운 길을 걷는 기분이다.

그새 내린 눈이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키 작은 조릿대 위로도 하얀 눈이 가득하다. 오늘 산행은 쌓인 눈만큼 마음부자가 된것같다.



아침에 부산한 산행객들로 혼잡했던 선자령 입구에 눈썰매를 함께 타고 내려 온 종대와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한적한 돌탑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횡계리에 있는 4가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창시절 3학년 6반 안영철 부부가 운영하는 자그만 식당에 오늘 뒷풀이 장소를 정하고....















앞서 내려간 박종범과 김재성 ....

그리고 먼저와 색소폰 밴드 준비를 마치고 우릴 맞아주는 용범이와 동훈이....

강원도의 맛깔나는 묵은지감자탕에 구수한 색소폰소리가 식당가득 흥으로 가득찼다,

이어지는 최근 히트작 '막걸리 한잔'곡까지 준비해 온 김용범의 정성이 돋보이는 자리였다.

강홍렬 회장께서는 함께 동참한 어부인들께 스카프를 일일이 선사해 주었으며, 다리를 다친

우섭에게까지 격려의 선물을....

아무튼, 사진에서 보듯이 다같이 흥겹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함께했던 즐거운 뒷풀이였다.


우리 모두 오늘처럼 많이 웃고 많이 격려하며, 건강하게 함께하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