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본 사랑
오늘밤은 유난히도 덮다.
뒷산 꼭대기에서 숨어보던 달님이 안스러운 듯
고개를 떨쿠을 때면......
개굴 개굴 개굴......
여름이 오는 소리를 알리는 개구리 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이에 질세라 풀벌레 울음소리
온밤을 흔들어 깨우던 어린시절
오월의 밤.
무더운 밤이면 논두렁에 앉아 어둠속의 오페라를 들으며
밤을 지새던 옛날을 기억해 내고 싶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옛글을 주섬주섬 챙기다가
문득 89년 9월 교무부 하반기 구도 법회건으로 법우들에게
동참을 구하기위해 썻던 글이 눈에 띄었다.
『생략, 공해에 찌들린 도심에서 우린 달빛도 별빛도 잊어버린채
텅빈 가슴으로 살아가고, 비오는 날이면 포도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온 몸을 적시며 정처없이 걸어보던 동심의 추억도 아련아련히 밀어버린채,
초점잃은 동공은 허공에 매달려서 터덜터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
적어도 우리만큼은 파란 눈을 갖지 못해도 싱그러운 웃음과 달콤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서로 나누어주며 살아가야 되지 않을런지요.
자신의 업으로 인해 오늘을 살고,자신의 업이 엮여 내일이 이어진다는
불법을 떠나서라도 우리는 이 순간에도 남을 탓하고 잘못을 이웃에 전가
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옹호해 보지만 어둠의 입이 대지를 먹어 치운 밤,
홀로 일때면 우린 자신의 거울 앞에서 가슴앓이를 시작하지 않으십니까?
법우님.
아니 이 순간만이라도 삶의 한 모퉁이에 서서 참된 마음으로 돌아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리, 한 마음 돌이켜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간을 모든 법우님들과 함께 나누고저 합니다...... 이하 생략』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시간이 세월 저 뒷편으로 묻혀져 갔고 주위의 법우들이 바뀌었을 뿐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은 다를게 없다.
얼마전 MBC방송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 성금 기탁자중 동네 어른들께서
살림에 보태 쓰라고 모아주신 생계비를 쪼개 모아 일금 일백만원을 선뜻
내 놓으며 나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값있게 써 달라고 하던 초등학교 어린
소녀 가장의 지고 지순한 사랑의 실천 앞에 눈시울이 뜨겁고 몹시 부끄러웠다.
이 어린 소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솔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한
모습이다.
사랑과 자비는 바로 알고 바로 이해하는 것으로 그 소중함이 빛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위로부터 조그만 실천이 뒤 따를 때 비로소 향기로울수
있음이다.
헌데 자신은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관객과 하나됨을 만들지 못한채 텅빈 머리와 가슴으로 웃음을 파는 풋내기
광대처럼 이웃과 세상 모든이들에게 자신을 온 몸으로 던져 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아집과 이기를 충족시키려는 오만함만이
존재해 있을 뿐......
자신의 자만심.성취욕.행복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늘까지도 나와 이웃에게
공허한 웃음을 팔며 어찌 하나 되기를 바라고 살아 왔는지......
너와 내가 차별을 나투고 살아간다는 생각에서야 어찌 사랑과 자비를 말하며
살아 왔을까......
초발심때의 신행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
삶의 질곡속에서 희석되어 버렸던 사랑과 진솔을 불러 세워서 사랑의 눈빛으로
뜨거운 가슴을 내밀어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살고 싶다.
「만법귀일」이라 하였던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조계사 청년회 교무부 법우들에게
보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