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행
온몸으로 타는 태양을 이고서도
하이얀 이를 내보이며
밝게 웃는 팓배나무 꽃잎들이
오늘도 문을 열고 반깁니다.
반짝이는 민대머리 위에서는
반백의 나그네가 세상을 호령하고
혼비백산 날아가 버리는 산새의 날개짓에
나는 허공에 너털웃음을 날립니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우리네 살림살이는
마치 장난감처럼 내 손에 잡히고
눈을 들어 파랗게 열린 하늘을 보면
선계의 가장자리에 서있음을 느낍니다.
당신은 항상 여기에 서서
빙긋이 바라다보며 웃고있지만
흑혈의 육신으로 오늘을 사는 나는
당신의 존재를 잊고 사는 범부랍니다.
2001.5.12일
관악산 연주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