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비젼교무! 관악산 야간산행

섬돌 2006. 7. 10. 11:07

 

여름! 생각만으로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오늘은 아침부터 더욱 날씨가 무덥고 습기가 많은 하루였다.

그러나 다른 날과는 달리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고 업무도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법우들과의 야간 산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녁7시30분 핸드폰이 울린다.

이미 과천종합청사 역에 도착한 청운도사가 어디냐고 성화다.

ㅋㅋ... 하필이면 내가 탄 지하철이 고장으로 1~20분이 지체되어 이제야 사당 역에 도착한

동성과 나는 마음이 바빴다.

7시50분 경 ....

하말님 내외와 중국이 합류하게 되어 관악산 야간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주선씨로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대림 역 부근인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산행을 할꺼냐고...)

이미 거리는 어둠이 서서히 덮히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하늘은 성난 구름으로 시커멓게 달려들고 걱정 많은 아낙들은 비오는 야간산행을 만류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 일행은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일단 비가 올때까지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저녁8시 관악산 입구에 오니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어둠의 입이 우릴 삼켜버렸다.

준비한 랜턴을 켜고 어둠속으로 우리 자신을 내던진 우리 일행은 얼마 오르지 않아 길이 잃었고 잠시 주춤대며 뒤로 돌아서야 등산로를 찾아 야간산행을 시작했다.

 


고요와 적막으로 뒤덮인 관악산!

머리 위 우거진 숲 사이로 힐긋 힐긋 하늘이 보이고 더위를 씻어 내려는 듯 힘차게 계곡을 타고 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린 앞으로 앞으로 어둠을 가르며.......땀으로 온 몸을 샤워하며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어서 가쁜 숨을 토해냈다.


 한참을 오른 뒤 하늘을 보니 여기 저기 별들이 고개를 내밀어 우리와 친구가 되고 맑은 계곡물 사이로 랜턴에 비친 모래알들의 반짝임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시원한 물에 우린 마음을 열고 얼굴을 담가 보았다.

더위가 씻겨져 내려간다.

찌든 마음도 함께 저 어둠 속으로 씻겨져 내려갔으면 좋으련만.....


우린 준비해온 동동주와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연주암 바로 아래에 두 번째 쉼터를 잡고 조그만 도랑물에 발을 담갔다.

아! 

시원함이여~ 

땀 흘린 다음에 얻는 쾌감이 이리 좋을 수가~~

모든 피곤함도 발 끝으로 전해오는 짜릿한 전율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어린 아이들처럼 한참을 물속에 발 담고 천진스럽게 웃는 각자의 얼굴들을 바라보며.....

이 순간만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평화로웠다.

조금을 더 올라 관악산 연주암 연못가에 이르렀을 때 인기척에 놀란 개구리들이 어둠을 적막을 깨며 울어댄다.

이젠 별님에 이어 달님도 방긋이 웃어 우릴 반기고 있다.

연주암에서 바라보는 달빛은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참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난 후, 잠시 야심한 밤에 혹여라도 우리의 속삭임에 잠드신 스님들이라도 깰까 걱정하며 오늘 우리의 산행이 무사히 마쳐 질 수 있기를 기원하며 대웅전에 들려 삼배의 예를 올리고 정상에 올라 야식을 먹었다.

청운도사가 준비한 흑돼지 족발에 약알칼리 소주(?) - 종이컵으로 마시는 소주지만 법우들과 함께 어둠 속 관악산 정상에서 마시는 술맛은 산 아래 어느 여염집 비싼 술집보다 맛있고 기억에 남을 만 한 것이었다.


친구여! 

오늘 이렇게 함께 한 건배의 잔을 기억하며...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함께 하자.


  ***관악산행***

               -섬돌-

어둠을 가르며 오르는 이들이 있다.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수의 반김이 있고

고인 물위로 맑게 개인 하늘이 웃고 있는

관악산의 여름밤에 우정이 함께 웃고 간다.


성난 구름도 무섭게 울어대던 나뭇잎도 비켜섰다.

연못가 개구리 울음소리 잊혀진 꿈을 일으켜 세우고

잠깬 소쩍새 반기는 소리 이 산 저산을 돌아서는

연주암의 가득한 사랑이 함께 웃고 섣다.

 


밤12시! 자정을  넘어서야 우린 하산을 시작했다.

잠시 고민 끝에 지난겨울 함께 올랐던 서울대연구동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작한 하산은 그리 쉽지 않았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움켜잡으며... 얼마를 내려왔을까???

발아래 길이 없다.

낭떠러지에 선 우리 일행은 하는 수없이 내려온 길을 돌아올라 밤을 헤메였다.

그래도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우리의 피곤을 밀어내었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 가지런히 켜진 가로등불이며 점점이 어둠을 밝힌 불빛들이 어우러져 있는 경치가 환상적인 도시!

서울의 밤은 또 그렇게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렴풋이 예전에 올랐던 길들을 회상해 가며 내려선 서울대 연구동!

이밤이 무척이나 걱정되었던 청운도사의 일갈!

성님들 담부터는 확실히 아는 길로만 가유~~~~~~~~~

어둠에 묻힌 그 길에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묻혔다.

2시30분 우리의 관악산 여름 야간산행을 그렇게 또 우리의 기억 한켠을 자리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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