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오봉산 산행기(부제: 보고픈 친구에게....)

섬돌 2007. 6. 18. 20:52
 

오봉산 산행기(부제: 보고픈 친구에게....)

           

 

 파랗게 열린 하늘 가득히 하얀 햇살이 반짝이며 달려오는 유월 셋째주 일요일!

 하나 둘 계급장이 늘어 가는 친구들의 얼굴과  희끗희끗해져가는 머리에서(光들은 빛나서 안보임) 우리가 졸업한지도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학창시절보다 더 뜨겁게  서로 부둥켜안으며 반기는 친구들이 있어 좋은 아침을 연다.

 

 얼굴을 모르면 어떻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면 어떠냐.

맞잡은 손에서 친구의 따스한 마음이 내게로 느껴져 오는데.......

 

          * 친구여 *


그리움 묻고 사는 친구여!

유월의 쏟아지는 태양처럼

반짝이며 투명하게 오라.

푸르른 가슴으로

널 

반기는 

나.

작은 설레임으로 떨고 있질 않느냐.


옛 추억 담고 사는 친구여!

들판가득 웃고 선 개망초 꽃처럼

맑은 영혼 향내음 담아서 오라.

꽃 향 가득한 마음으로

그리는

나.

온통 사무침으로 눈떠 있질 않느냐.


잊었는가 보고픈 친구여!

별을 타고 내려서 오솔길따라

빈손으로 편안히 오라.

애틋한 심장으로

널 

그리는

나.

여기 꽃으로 피어 있질 않느냐.


 버스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가르며 팔팔도로를 빠져나가 강북을 타고 경춘가도를 달린다.

 아침이 깨어나는 소리를 눈으로 듣고 귀를 열어 연욱의 L.A 방문담도 새기며 가다보니 벌써 춘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김덕종 동문과 부부애가 남다른 포천 강석용동문 부부 그리고 처음보는 여러동기들이 차에 오르며 악수를 건넨다.

 우리는 그 순간 잊었던 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친구야!

 이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 늘 너의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음은 늘 가까이 있으면서도 첫발을 떼어 놓기가 그렇게도 어려운지.....

 이곳 친구들은 언제 어느 때라도 널 반길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소녀처럼 얼굴 붉히며 쑥스러움을 타는 수줍음 많은 너이기에 더욱 마음 아리다.


 친구야!

 호반의 도시 고요한 아침을 여는 춘천을 돌아 소양강을 끼고 화천방향을 향해 버스도 힘든 산행을 한다.

 반짝이는 물결너머로 용조회가 걷어 올렸던 예쁜 붕어 한 마리가 아침인사로 나왔다 간다.

 시황과 승배가 함께 있음이리라.

 

 

 어느덧 오늘 산행의 시발점인 오봉산 배후령 자락에 도착했다.

 38선이 지나는 이곳에서 내려다 본 높고 낮은 산자락 끝에는 꿈틀대며 여름을 키우는 논밭이 부지런을 떨고 있다.

 

 배후령 표지판 아래부터 시작되는 산행은 처음부터 밧줄을 타고 굵은 모래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유격8번코스(?)로부터 시작해서 친구들의 땀을 받아먹으며 곱추 서 있는데, 갑자기 성총장의 차안에서 한 엄살 섞인 농이 생각 나 배꼽을 쥐고 웃었다.

 “임순만 대장이 아기자기한 바위가 있는데, 아이들에게는 조금 무리라고 한 얘기는 곧, 무쟈게 난코스에 죽음의 코스일거다.”란 말을 떠올리며, 시작부터 이런데 뒤따라 올라오며 얼마나 죽는 소리를 하고 있을지........ㅋㅋ

 

 그래도 잎큰 참갈나무 숲을 따라 걷는 산행은 행복한 산행이다.

 산행을 할 때는 오감을 열어 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가야만 한다.

 선두에서는 임순만 대장과 조경애여사(이제만 큰 딸?)이 말없이 한발 한발 제일봉을 향해

걷고, 제일 후미에서는 우리의 안전과 낙오자를 위한 이제만 총무의 배려속에 민주산악회 열사들이 전시호와 임계택 그리고 성총장등이 지지배배 수다와 웃음으로 따라 오른다.

 묵묵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산과 나무와 자신이 하나처럼 호흡하며 걷는 산행도 좋고,

친구와 더불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걷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도 너와 손잡고 도심 술집이 아닌 자연 속에서 너의 거친 숨소리도 듣고 싶고, 땀 흘리며 웃는 모습도 보고 싶고, 정상에서 소주한잔 기울리고도 싶다.

 

 제일봉 아래 마치 우리일행을 빙긋이 맞아주는 오봉산 신령님이 아닐까 싶어 마음속으로 인사를 꾸벅 올리고 제일봉에서 김성권 등산회장이 준비한 참외로 입가심을 했다.

 산행 중에 갈증을 느낄 때 한입 깨어 물은 참외 맛이란 어릴적 참외밭에 서리를 하며 먹던 그 맛처럼 달고 맛있다.

 다시 힘을 내어 이봉과 삼봉을 향해 내리막길도 걷고 오르막길도 가며 구불구불 바위산도 돌아보고 늙은 소나무허리도 두들기며 아기자기한 산행을 했다.

     (성권이 제일로 좋아한다)

 조금 지나 청솔바위에 다다라 친구들이 자지러진다.

 오늘 처음 본 춘천의 신형욱동문이 청솔 바위에 대한 해석이 가히 음담패설에 가깝다고 해야할지.... 19세 청취불가에 버금가는 설명에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사진으로 보는 꼭대기의 바위는 남자의 상징이요, 아래 양쪽으로 도톰한 바위는 여자의**로 비유하며, 제만의 손에 바위가 흥분을 했데나....어쨌데나.....^^*”

 한참을 웃으며 정상 제 오봉에 오르니, 주변 경관이 손에 잡히듯 가까이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이며, 오봉산을 먹고 누운 소양호가 희롱하고 있다.

 죽은 나뭇가지 하나도 그림이고 예술이다.

 소근대면 달려오는 바람소리 또한 우리만 듣기에 너무 안타까워 여기 담아보았는데....

잘 들릴려는지.......ㅎㅎ

  유월의 초여름 더위에 친구들이 준비한 음식과 주류들....

찬정이 큰딸(?)이 준비한 각종나물에 비빔그릇 그리고 얼음 얼린 동치미며........

포천 대원군 큰딸(?오늘은 큰 딸이 많네....ㅍㅍ)이 준비한 천연 무공해 상추며 각종 야채류

그리고 상해에서부터 밤새워 달려온 재혁이의 정성담긴 제육복음과 천하제일 백두산 건강주로 채워진 점심상이 나를  흥분케 한다.

 삼삼오오 여기저기 둘러앉아 함께하는 점심식사의 묘미에 푹 빠지면 아마도 헤어나기 힘들게다.(어쩜 네가 그래서 산행에 안나오는 건 아닐는지....@-,-@ )

 

 친구야!

 이 아름다운 자연과 친구와 술이 있는데.........너의 모습도 여기에서 보고 싶다.

 

 

 여러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이 담긴 각종 술들이 뇌세포를 어루만지니- 마음은 동심이요, 몸은 청춘이라 - 즐거운 마음 가득히 행복을 담고 하산을 시작했다.

 등산 대장이 말한 하강코스는 제1번 올빼미 순만이로부터.....

 깍아지른 절벽을 타고 청평사쪽으로 내려오는데 친구들의 안전을 도와주는 아방쇠(ㄴ으로 끝나는 등산의 메니아)친구들이 밑에서 손을 잡아주며 조심을 당부한다.

  

 한참을 내려와 계곡에 서니 맑은 눈을 가진 바위틈 물들이 손짓을 한다.

 누가 자연을 순수하다 했는가?

 누가 인간을 아름답다 했는가?

 자연과 하나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어 잠시 시름을 내려 놓았다.

 

 청평사!

 연인이 손잡고 올 수 있는 아담하고 예쁜 절이다.

 사천왕문으로 사용하고 있는 청평사의 회전문은 큰법당으로 들어가는 대문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이 인간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삼독)을 막아줌으로써 맑고 아름다운 영혼만을 가지고 법당에 들어가라는 의미와 함께 윤회와 업장을 되새겨 봄으로써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곳으로 - 그곳을 거쳐 오면서 오늘 산행을 한 모든 용두팔의 건각들에게는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이제 뱃시간에 맞추어 부지런히 선착장을 향해 걸어야 한다.

 그래도 아직 이곳 오봉산 돌배나무도 유명하지만 만자로 만들어진 선동교와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를 놓치고 지나치면 안 된다.

 그 폭포소리에는 우리인간의 희노애락과 용두팔의 우정어린 소리도 담아 낼 수 있음이리라.


 그리고 상사뱀과 공주의 사랑이 담긴 공주상과 굴을 보며 내려오다 보면 덩그마니 놓인 연못이 외로운 눈빛으로 오가는 이와 눈 맞춤을 한다.

 

 청평사 선창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소양댐으로 향하는 오늘 산행의 또 다른 묘미는 산을 그의 품에 안기어도 보고 멀리 물위를 떠가며 느낄 수도 있어 기억에 남을 듯하다.

 

 소양댐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춘천에 자리를 잡은 덕종이네 명동 샤브샤브로 저녁을 함께 하기위해 향했다.

 언제나 저녁을 함께 하며 느끼는 마음이지만, 친구들의 아쉬움이 엄습해 오는 시간!

 잠시라도 더 함께 하고픈 이들이 있어 싫증나지 않는 모임.

 친구들을 위해 준비하는 정성들이 어우러져 늘 보기 좋은 모임.

 오늘은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이렇게 행복해 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너도 함께 할 수 있었음 좋겠다.

 

 친구야!

 오늘도 어둠의 잎이 대지를 덮고 우린 헤어져야만 한다.

 서울로 오는 차안에서 못 다한 말들을 담아내야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언젠가 너의 환하게 웃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한발자국만 앞으로 떼어놓으면 그곳에 어릴 적 친구가 웃고 있음을 나도 뒤늦게야 느꼈고

그 때의 아픈 기억을 오늘만은 꼭 너에게 알려 주고 싶어 산행기로 마음을 전하다.


 친구야!

 다음 산행에서는 꼭 한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