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나를 돌아보며

가을 노랫소리를 듣고 싶다

섬돌 2007. 10. 31. 17:25

 

 백사 이항복에게 천첩에서 태어난 딸이 있는데 사위를 고르게 되었다.

 석주 권필의 조카인 권칙을 불러 '삼색도'라는 운을 띄워 시를 짓게 하였다.

 

  夭桃灼灼映疎籬    요도작작영소리   어여쁘고 싱그러운 복사꽃이 성긴 울타리에 비쳤네.

  三色如何共一枝    삼색여하공일지   세가지 빛꽃이 어째서 한 가지에 피었을까.

  恰似美人梳洗了    흡사미인소세료   마치 미인이 세수하고 머리 빗은 뒤,

  滿顔紅粉未均時    만안홍분미균시   온 얼굴에 분 바르고 고루 다듬기 전과 같도다.

 

 이 시를 보고 이항복은 그자리에서 택일을 하라고 명하였다.

 그 때 권칙의 나이는 13세였다.

 

                      <<  記聞叢話, 기문총화 >> 

 

 시를 짓게 하여 사위를 고른 이항복은 글짓는 실력을 보았다기 보다는 그의 그릇됨을 엿보았을게다.

 글이라 함은 그의 마음과 사상과 가치등 모든것이 함축되어 나오는 것이기에 시를 짓게 하지 않았을까?

 

 여보게!

 하늘은 높고 푸르며, 길가엔 노란 은행잎들이 줄지어 바람에 흩날리는데........

 산은 붉게 물들고 아파트 정원엔 울긋불긋 단풍이 손짓하는데.....

 술 한잔에 맛있다고 전화하는 구름거사여!

 시 한수도 함께 올려주이소~~

 못지어도 운이 맞지않아도 -

 맑고 깨끗한 님들의 영혼을 불러 깨워, 깊어가는 가을노랫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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