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북한산 산행기-용두팔

섬돌 2009. 2. 16. 15:52

 일시 : 2009년 2월 15일 10:00 ~ 15:00   날씨 : 맑음

 코스 : 독바위역-불광사-향로봉-비봉- 사모바위- 승가사-구기통제소

 동행자: 곽형근, 김규일, 김동욱, 김석종, 김성권, 김세봉, 김용회, 김종권, 김창덕, 박기철, 박도식,

            박찬정, 백종대, 신하호, 심재길, 원창연, 유광수, 이승배, 이제만, 임계택, 장흥기, 정승수,

            조병국, 최재헌, 탁윤효, 황기수, 김효섭(김성권 아들) 총27명

      <고즈넉한 불광사의 단청>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달려가 안길 수 있는........

 넓고 포근한 가슴 간직한 어머니 품 속.

 나이를 먹어도 늘 그립고 안기고픈 그 품안.

 산은 언제나 어머니의 품을 닮아 있어 좋다.


 오늘은 용두팔 친구들과 북한산에 들기위해 독바위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꼬리치고 애교떨며 달려오는 봄을 꾸짖듯 동장군의 서슬 퍼런 바람이 매서운 일요일 아침!


 오염된 빌딩의 숲에서 콜록대는 삶을 달래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많은 친구들이 산을 찾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악수를 건넨다.

 굳게 잡은 손에서 친구의 뜨거운 정과 더불어 가슴이 더워짐을  느낀다.

 오늘따라 일산 동문들이 신하오 산행고문을 위시하여, 두룹 굴비꿰어 오듯(?) 함께 어깨동무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늘 함께하진 못하지만 석종, 도식, 동욱,계택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다.


 독바위는 바위가 항아리(독)모양과 유달리 바위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인조반정의

일등공신 원두표 장군이 거사직전 숨어 지낸 독바위 굴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후손(?)원창연 동문이 답사도 다녀와서 선두 대장을 자처하여 안전산행을 이끌고, 뒤는 보부도

당당히 이승배가 뱃심좋게 버티고 뒤를 바친다.


 바람은 차지만 엊그제 내린비로 대지는 촉촉이 젖어 있었고 골짜기마다에는 시냇물 소리가

동면을 끝내고 힘차게 달려 내려온다.

         < 앞개울을 건너 산으로 산으로~~~>

산객들을 편안히 반겨주는 늙수그레한 자태의 불광사 단청 곁을 지나 , 앞개울에 속세의 시름을

내려놓고 산으로 든다.

              < 승수왔다. 올라가자~~ 승배의 일갈에 모두가 웃고 있다 >

   < 승배야 그래도 쬐꼼은 힘들제~~~.> 

           < 자! 이젠 또다시 출발이다~~>

늘 뒤처지던 계택이도...

 모처럼 석종이를 쫓아온 도식이와 동욱이도....

 겨우내 비축해 놓은 힘으로 선두로 치고 나가고, 어찌하다보니 맨 뒤에서 나 홀로 버벅대며

향림정 휴식터에 오르니, 승배 왈

사자성어로, "승수왔다. 올라가자.”라며 산행을 독려한다.


“우이쒸, 열받네~~~”

앞장서 오르지만, 뭐가 그리 궁금하고 볼게 많은지........

이곳저곳을 기웃대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풍류(?)를 즐기다보니 또 어느새 또 뒤쳐져 버렸다.

                <향림담 - 그리고 약수>

 부지런히 따라 오르니, 수량이 풍부한 향림담 약수터 앞에서 기(수)가 약수를 마시며

승(수)를 기다린다.

주변에 온통 솔내음 가득 품어 향림이라 했을까?

물 맛에도 솔향이 가득한 듯 하다.


 솔바람 따라 오르는 길.

 친구의 뒤태를 보며 따라 오르는 길.

 믿음을 따라 함께하는 길.

 산길 굽이마다에 추억을 매어두고 오르는 길.

 동행이라는 따뜻한 말하나 품에 안고 함께 가는 길.

 얼었던 산길이 녹고 있었다.

 

  < 종대야! 숨 깔딱 깔딱 넘어가지?>

  < 형근아 겨울 산행엔 빵모자게 제일이다 - 광수생각 >

   < 오늘의 선두대장 원장군과 규일이//  나도 좀 낄 수 없을라나?-지나는 산객>

  <효섭아 물맛 꿀맛이다 - 아빠 " 미워 미워~~ // 그래 니가 참아야 되느니라-승배왈>

<저 뒷편에 족두리 봉이 보이느냐???- 시차 적응에 눈 돌아간 박기철>

 산길이 좁고 눈길이 미끄러워 족두리봉을 우측으로 바라보며, 향로봉을 향해 오르는데, 경사가

심해서 숨이 깔딱 넘어갈 듯싶다.

 깔딱 고개를 차고 오르는 날다람쥐처럼 숨 한번 몰아쉬며 힘차게 오르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연신 탄성을 내 뱉는다.

“멋진 넘들! 니들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냐?”

    <깔딱고개 마루에서....곡차 한잔 안하면 어찌 이산을 넘누~~제만아! 미안혀 한잔 해야것다>

         <포곡이 부지런히 올라  향로봉 9부능선에서 우릴 맞으며.....>

 

  < 뒤로는 향로봉이 보이고.....앞으로는 은평구가 펼쳐 보였지..>

      <재헌아! 눈꽃처럼 배경도 좋지만 몹시 추워보여~~>

       < 창덕아! 웃어봐....넌 웃는 모습이 항상 보기 좋아~~ >

  향로봉 옆길로 끼고 돌아 비봉을 향하는데 소나무 가지에 매달린 하얀 설화가 앙증맞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살짝 올려놓은 목화솜처럼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이 희고 곱다.

 짓궂은 동네 꼬마처럼 솔가지를 흔들어 눈을 날려보았다.

 풀풀 하늘을 날아 이내 허공과 하나가 되어버린 눈송이들.

 나도 따라 풀풀 웃음을 풀어 허공에 날려 보내본다.

 

 비봉 앞길에는 건장한 두 공익요원이 길을 지키고 있다.

 마치 공비(?<바위만보면 무조건 타고 오르려는 귀여운 악당들>)들을 소탕하기위해 막고  서있는

듯 하다.

 

           < 나 김용회! 용조회에만 있는게 아니다...드뎌 사모바위 앞에 우뚝 섰다>

                     <  사모바위 앞에서 점심 만찬을 즐기고....>

 빙긋이 웃음 흘리며 옆길로 돌아서는 성권을 따라 한참을 따라 걸으니, 저 멀리 사모바위가 우릴

반긴다.

 비봉을 사이에 두고 족두리 봉과 사모바위가 먼발치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혼례라도 올리려는지

앞마당엔 주안상이 가득하다.

 주안상이 차려지고 떠들썩한 객들......

 늘 기다려지는 점심시간!

 학창시절 도시락을 빼앗아 먹기도 하고 나누어먹기도 하며 시끌벅적하던 시간!

 오늘은 누가 무슨 반찬으로 우릴 놀라게 할까?

 가지런히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꺼내는 친구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또 다른 친구!

 규일이, 윤효, 광수, 종대 등등.....

 맛있는 밥반찬에 후식으로 오렌지며, 청포도, 사과 등을 정성스레 담아 준 아내들의 사랑

나누어 먹는다.

친구에게 정을 나누어주며 함께 할 수 있는 소담스런 이 자리가 못내 그리워 난 산행을 즐기는

지도 모른다.

오늘의 혼례를 기념하듯 점심을 마치고 사모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승가사로 하산을

시작했다.

        < 백목련이 꽃 망울을 머금고....>

     < 올 한해 용두팔의 건승을 빌며....>

       < 이 탑처럼 모두들 굳건히 건강하고 힘차게 살자 >

      < 선(禪)으로 유명한 승가사의 전경> 

 난 오를 때와는 달리 부지런히 선두를 앞질러 내려와 바위동굴 안에서 합장하고 석조승가대사상

 (보물1000호: 石造僧伽大師像)에 아내를 위해108배를 올렸다.

 친구들에게 혹여 누가 될까봐 허겁지겁 정신없이 절을 하고 나와 본당에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친구들이 뜰 안에 여기저기에 가득하여 향로각에 대해 묻는다.

 고려 때 만든 구기리 마애석가여래좌상(보물215호) 석불을 보기위해 108계단을 오르내린

친구들처럼 그곳이 높고 힘들어 오를 수 없는 노약자를 위해 아래에 전각을 지어 유리문을

통해 석불을 보며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전각이란다.


 못 온 친구들을 위해 종루에 새겨진 용의 승천하는 모습도 담아도 보고, 알몸으로 겨울을

이겨낸 목련이 하얀 설움을 토해 내려는 듯 몽우리 진 꽃가지도 보여주고 싶다.

 호국보탑의 기개도 함께 전하여 용두팔 모든 친구들의 건강과 기상을 기원해 본다.

      <구기동 계곡을 굽이쳐 내리는  맑은 물 >

    < 폭포수를 뒤에두고 종권과 찬정이 함께~>


 하산길, 찬바람 사이로 -기웃대며 봄을 쫓는 남쪽 숲의 요정들이 여기저기 숨어들었다.

 물소리도 더욱 굵고 세차게 흘러내리고......

 계곡을 따라 우렁차게 울어대는 딱새(?)의 울음소리는 늦잠 자는 봄의 요정들을 흔들어

깨우는 듯 하다.

 

      <  모두들 막걸리 한사발에 모든 피로를 씻고~>

         < 다같이 건강을 위하여 ~~~건배!!! >

 구기동 매표소를 지나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위해 미리 예약된 능금식당에 여장을 풀고

탁주 한사발에 구수한 사내들의 수다로 안주를 삼으니, 식당 안이 온통 훈훈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찾아온 흥기, 늘 조용한 형근이와 용회, 재헌이, 아픈 발목으로 함께한 제만의 열정이

어우러져 하나 될 수 있었던 자리!

 

앞서간 세봉이는 뒤늦게 되돌아와 오늘 일정이 너무 짧았데나?

이말을 받아 내 귀에 꼬득이듯 속삭임이 들려온다.

"나이들어가며 치매조심 - 친구 조심- 미성년(迷成年)조심/ 연대기 : 이문호-박기철-김세봉...ㅋㅋ"

 

늘 뒤쳐진 채 육수를 몇 사발씩 쏟아대던 승배는 점심 후 대남문으로 돌아 내려가자고

우겨대질 않나?

 

오랜만에 휴가내어 온 기철이를 대신해 기수는

“나 이질이야”(나이지리아 박)을 외치며 쏴하게 건배하며 웃음을 주질않나.

 

 계택이 너스레를 떨며 가방에서 아내가 비닐에 싸준 능금과 귤을 꺼내며,

 “난 누구처럼 예쁘게 깍아서 잘 포장해주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싸주는 아내가

고마워.“ 

 “앞으로도 애정표시 안 해주면 이렇게라도 안싸줄 거야.....ㅠㅠ”

 우린 과일을 곱게 싸준 계택 아내의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기대하며 모두가 박장대소도

해 보고.... 

 

 그 과일을 예쁘게 손질하여 깍아주는 센스를 보여준 원장군의 옛애인(?-온 사람만 알아요)

의 애교와 답주로 좌판은 온통 웃음과 박수가 끊기 질 않았다.


서울 탁주의 흔들어 마시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맑은 술을 고집하며 옛 애인이 따라

준 독주에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구기천을 건너 알 수 없는 곳으로 손 흔들며 가버린 원장군!

(이제쯤 정신이 들었을래나???)


그래도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장수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어록으로 또 다음 만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일일대장들의 굵직한 입담과 알찬 계획을 기대해 본다.

 

 

PS: 난 이번 산행기는 안 쓰려고 했는데, 도봉구 왕 짠물 포곡의 당구에 열 받아 꼭 그의  신출귀몰한

댕구수(스스로100 : 치면 3~4개는 기본, 대회전에 못하는게 없슴)를 만 천하에 알리고자 이글을 썼습니다.

 어려운 것 치고나면 SBS당구에 다 나온거라네...에휴 무쟈게 열 받음.

 성권왈, 난 물 댕구 재길이와 승수가 노는 물이 좋대나? -난 시로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