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잣나무 숲길을 따라 간절한 소망하나 품에 안고 고독한 길을 걷습니다.
언뜻 언뜻 열린 푸른 하늘은 때묻지 않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조잘조잘 예쁜 마음과 맑은 웃음으로 흘러 내리는 계곡물 부러운듯, 뽀얀 햇살이 볼을 비비며 어울려
보려고 달려듭니다.
잃어버린 순수를 찾아 - 하나 둘 탑을 쌓으며 나눔과 비움을 담아 기도를 올리며, 설악의 봄향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돌탑을 어루만집니다.
어둠과 추위를 견디어 낸 가지에 봄꽃이 빙긋이 미소를 띄우며 긴 동면에서 깨어나듯, 우리의 마음에도
사랑 가득한 행복한 웃음이 함박 열렸으면 합니다
허겁지겁 달려온 길- 때론 소에 머무는 물살처럼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가며 푸르게 푸르게 주변도
담아 흐르는 쉼과 포용의 지혜도 배웁니다.
자신을 비워가며 수많은 가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나무의 밑둥처럼 - 우리도 자신을 비워 가족과 이웃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도 싶지만 봄바람에 물살이 일듯 일렁이는 마음을 가누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주변의 무수한 유혹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지요.
허지만, 한겨울 나목 가운데 오롯히 피어있는 겨우살이처럼 우리를 잡는 마음하나!
잊고 살았던 동심 - 어쩌면 우리가 간절히 찾고 있는 자성(본체)일겝니다.
물은 도도하지도 않고 곧지도 않지만 결코 자신의 본성을 잃어 본적이 없습니다.
비바람 눈보라에도 꿋꿋이 앉아있는 독수리 바위처럼 우리의 수행도 물러남이 없는 불퇴전의 마음이길
기원해 봅니다.
이렇듯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 기도를 가슴 깊이 부둥켜 안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올라선
봉정암! - 그곳이 끝이었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올려다보니 그 위에 사리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나를 비움으로 해서 모두를 가질 수 있었던 부처의 마음을 이 석탑에 담았습니다.
우린 따라 배우기위해 머리를 숙였습니다.
발아래 용화장성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음은 부처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열반적정의 세계가 아닐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밤새 비가내려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봄을 막 피워내려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투명한 물방울 꽃들을
통해 상락아정의 세상도 엿보는 듯 즐거웠습니다.
이젠 하산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높고 맑은 선계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병들고 아픈 산아래 소식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더불어
산위 소식을 나누어 주기위해 우린 또 무거운 짐을 지고 내려가야만 합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도도히 세상 속으로 흘러내리는 차고 맑은 냇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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