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려나.....
연무가 짙게 덮인 천보산 들머리를 돌아 드니, 나목들의 숨소리 계곡을 타고 내린다.
찬란한 푸르름을 접고 입정에 든 숲 한가운데 섰다.
서걱 서걱 낙엽밟는 소리에 산 짐승들이 놀라 지는 않았을까?
고요를 깨는 가뿐 숨소리들......
속세에 찌든 흑혈을 토해는 듯 하다.
세속의 터럭을 내려놓듯 스스로 떨구고 비우는 나목들을 보며.....
늘 채우려고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남김없이 버림으로해서 영원히 사는 지혜를 일깨워 주는 가을산!
한 잎, 두 잎
뒹구는 낙엽.
자신은 버려야 할 망상과 집착의 잎새를 버리지 못한 채 이직도 모든 걸 움켜 쥐고 있지는
않은지.......ㅠㅠ
정상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 본다.
창공을 나르는 어미 솔개가 새끼에게 비행연습을 가르친다.
혹여 힘들면 넓은 어깨위에 어린 솔개를 태우고 여유롭게 날개 짓을 한다.
어미의 사랑이다.
내 엄마가 그랬듯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도 아낌없이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었으리라.
머잖아 아기 솔개는 넓고 험한 세상을 홀로 헤쳐나가는 지혜를 터득하겠지?
부디, 세속에 물들지 않고 눈 밝게 살아갔으면........
세상 모두의 간절한 바램을 하나 둘 정성스럽게 담아 써 내린 기왓장 마다의 소망들....
금생에 얻지 못한 보리의 지혜를 내생에는 꼭 이루어 달라는 발원을 담아, 쌓아올린 돌탑마다의
기도가 절절하기만 하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고목에서 무상함이 묻어나고......
세월의 덧없음은 지공과 나옹, 무학선사의 부도에서 눈물을 뿌린다.
봄 날, 오롯이 피어나는 새순의 반가움도....
여름날, 녹음이 우거진 푸르른 숲속의 속삭임도....
가을날, 애틋한 그리움 안고 붉게 물들어가는 애틋함도....
소리없이 다가오는 겨울을 막지 못함이여.
달도 차면 기울 듯, 아침에 뜬 저 태양도 어느덧 서쪽하늘로 기울고 있다.
삶을 돌이켜 볼 때다.
금강송처럼 사계절을 푸르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어 가야겠다.
자신을 버려 영원을 얻는 지혜를 천보산 회암사 부처님은 알고 있으려나???
대웅전 부처는 오늘도 말없이 빙긋이 웃고 있다.
'추억 남기기(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찍은 사월 초파일-회암사 연등작업 (0) | 2010.05.04 |
---|---|
2010년 신년법어를 접하며..... (0) | 2009.12.22 |
밝고 좋은 생각을 하는 당신 (0) | 2009.11.25 |
회암사 1080배 정진기도 (0) | 2009.11.03 |
2009년 9월 목우재 법회 (0) | 2009.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