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 30여년 세월이 흘렀다.
조계사 청년회 시절 만난 친구들 모임!
부부들도 거의 조계사에서 만나 결혼을 했으니.......
인연이 소중할수밖에...
그들과 함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연등작업을 해 왔다.
연등을 켜는 의미는 어둠을 밝히는 연등처럼 내 마음속에 흑혈로 가리워진 진여당체(참마음)을 찾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무명에 눈 어두운 중생들에게 빛을 밝히겠다는 대의일게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연등과 달리 우리는 각자의 소망과 정성을 담아 만든다.
솜씨는 없지만 연잎 하나 하나를 붙일 때마다 땀과 정성으로 완성되어가는 연등!
철사를 끼우고.....
초지를 바른 뒤 마르고 나면.....그 위에 한장 한장 비벼 만든 연잎을 붙이고....
밤새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으며 연잎은 예쁜 자태로 맑고 고운 혼을 담아낸다.
다음날 아침!
회암사 석가모니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려고 대웅전에 오르는데, 부지런한 신도들은 벌써 연등을 달아 놓았다.
아침 저녁으로 하는 염불소리를 듣고 하루라도 빨리 깨달음을 얻거나, 극락정토에 나투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바람에 일렁인다.
둑에는 제비꽃이 지천에 가득하다.
보랏빛 꽃이 너무 귀여워 렌즈에 담으려하니 부끄러운듯 모두 풀섶에 숨어버렸고나.
수줍음이 많아서 일까? 겸손해서 일까?
멀리 보이는 천보산 정상은 도도하기만 한데......
주변으로 매화(?)꽃이 함박웃음을 띄우고......
산 벚꽃도 뒤질세라 여기저기 정겹게 인사하며 웃어준다.
아우성치며 반갑게 맞아주는 꽃속에선 벌 나비 신나게 춤사위가 벌어졌다.
때 묻지 않은 숲 속에서 나의 눈과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숲이 놀라 재채기라도 할까봐 숨소리도 가만히 봄의 향연에 젖어든다.
이 순간만이라도 자연과 하나이고 싶은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본다.
밤새 예쁜 꿈을 꾼 미완성 연등에 마지막 파란 잎새를 달아......비로소 완성되는 연등들!
빨간 연등에 정열을 담았는가.
주황 연등에 연정을 담았는가.
노란 연등에 그리움을 담았는가.
한등...한등마다에 혼이 들어 좋은 인연의 등불로 살아났으면 좋겠다.
우리의 염원이 현실로 이룩되기를 바라며.....
연등을 다는 모든 가정에 화목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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