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 산행기 -5월 예봉산

섬돌 2018. 5. 21. 10:38


산행 일시 :2018년5월 20일 (일) 맑음

산행 경로 :팔당역 1번 출구 - 예봉산- 삼거리-율리봉-예빈산- 삼거리 - 싸리나무골 주막 - 팔당역

참  석  자 : 강홍렬, 김규일, 김상남, 김상현, 김세봉, 김영진, 김용회, 김재영, 김재원,   박준호, 박찬정, 백종대, 송재혁,

               송필만, 오진탁, 윤우섭, 이동관, 이웅, 이장원, 이제만, 유순두, 박기철, 이문호, 김용회, 임순만, 정승수, 최인규,

               박종범(싸리나무집 합류) - 28명


오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엊그제 내린 비로 맑은 공기와 다정히 맞아 줄 친구들의 눈빛이 따사로운 팔당역으로 이미 마음은 줄달음질 치고 있다.

공휴일 마을버스부터 지하철까지 모든 운행이 평소보다 늦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려 43분간격의 용문행 열차 운행으로

뒤늦게 10시30분에 도착한 팔당역!

이미 친구들은 기다리다지쳐 산행을 먼저 시작했고......

함께 지각생이 된 박기철이와 함께 트랭글 앱을 보아가며 열심히 친구들의 발자취를 따라 쫓아 오른다.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한강나루길 (다산길 9.5km) 표지석을 따라 회장님께서 손수 사진을 찍어 보내준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나의 부주의로 많은 친구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체하게 되어 매우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지하철에서 1시간 전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종대의 문자를 보며 더더욱 부끄러움 마음을........


오늘 산행 이후부터는 모든 정기산행에 회장단, 고문단들은 댓글에 관계없이 반드시 참석하는 것으로 하고, 부득이 참석치 못할

경우에만 댓글을 달게 함으로써 전현직 임원들의 참석도와 함께 위상을 스스로 높이겠다는 산행 후 다짐을 새삼 떠올리며,

담부터 보다 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북정맥의 가지인 천마지맥에 해당하는 산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두물어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 - 예봉산(禮峰山)

그 들머리에 오늘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이 크게 자리집고 있다.

철길 통로를 거쳐 오르다 보니 길가에 붉은 장미꽃들이 향기를 가득 품은 채 무성한 잎새 사이로 얼굴 내밀어 우릴 맞이한다.

지난 겨울 추위를 딛고 5월의 달력 가득이 사랑으로 넘실대고 있지 않느냐!

흔들릴 때마다 뭉큼뭉큼 떨어지는 붉은 향내에 취하지 않더냐!

여기저기 예봉산의 표지석들이 처음 찾는 산객들의 안내자가 되어 준다.

그래도 늦장을 부리며 늦게 도착한 친구들을 기다려 주는 따뜻한 마음을 품고있는 용두팔의 친구들!

이 길을 따라 올랐을 친구들의 내음을 놓쳐버린 채, 기철이와 나는 한참을 발품을 팔아 오르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어렵사리 제 길을 찾아

부지런히 따라 오른다. 

역전의 용사들이라고 해야하나?

아직도 그 기백과 힘을 자랑하는 역대 대장과 회장 총무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출발!

그러나 이분들이 선두에 서면 뒤따르는 병사들이 무척 힘들텐데......ㅋㅋ

용종을 떼어 내고 살이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산행과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고 있는 용회와 설렁설렁 산을

구름위를 걷는 날쌘 영진이.....

맨날 투덜대지만 알고보면 정많고 우직한 우섭이의 모습과 애덜 결혼시키고 무척 얌전해진 전 욕쟁이 찬정이도 따라오르고....

우섭이의 권유(?)로 늘 말없이 용두팔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웅이와....

젊은날 표독한 독사에서 요즘은 한결 부드럽고 상냥해진 상현이와 뒤로 보이는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문호까지....

다들 힘찬 발걸음들이다.

산아래 집이 있다는 박준호와 언제나 용두팔의 활력이고 정렬적인 백종대도 오늘은 중간에서 오름을 시작했다.



어쩐일일까?

늦게오는 친구들이 못내 걱정되는지 용두팔 회장 김재원이와 춘천의 백작 오진탁....그리고 웃음이 항상 밝고 시원한 순두와

용당회 회장 김재영이를 비롯해 후미대장 세봉이 후미를 책임지며 오른다.

오르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지!

세월의 무게만큼 우리의 삶도 이젠 쉬엄쉬엄 놀며 즐기며 올라야하고 걸어야 한다.

친구를 위해 담아온 먹거리를 꺼내어 나누어 주며......

땀으로 얼룩진 몸은 시원한 강바람과 산바람으로 식혀가며, 친구가 따라 준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서로의

안녕을 점검하고 다독이며 오르는 산행!

산아래에서 느낄 수 없는 친구들의 속내가 배낭 가득이 담겨져 있고, 눈 빛 가득이 따뜻함이 느껴지는 산행!

앞서 간 친구들은 중간중간 쉼터에서 우릴 기다리며 쉬어 오르고.....

초입부터 깍아지른 듯 허리를 곱추세운 능선을 따라 올라야 하는 길.....

육산이라서 무릎에 크게 충격을 주진 않지만, 그래도 시작부터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길!


힘에 지친 듯, 정년 퇴직 후 산행을 등한시 했던 문호의 숨소리가 거칠었을게다.


오늘따라 고문단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앞서 걷는 친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셧터를 누르는 재혁!

짬짬이 쉬어가는 동안 친구들의 해맑은 웃음이 어깨 너머로 흘러 넘친다.

또 시작이다,

이젠 길이 없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잡고 올라야만 한다.

뒤 따라올 친구들을 생각하며 좀 더 천천히 걸어주면 좋으련만........

아마도 제일 앞에는 임순만 전대장이 잰 걸음으로 친구들의 산행을 독려하며 치고 나갔을게다.

너무 힘들어 문득 뒤돌아 보니, 우리가 놓치고 올랐던 강 건너 검단산 봉우리 - 헐레벌떡 오르는 중에도 여기저기

친구들을 위해 멋진 풍경들을 담아 둔 종대의 마음이 따뜻하다.

묵묵히.......

서두르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르는 기철이의 여유와 일관된 표정을 보며 자꾸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과묵하면서도 결코 서두름없이 한발한발 떼어 놓는 그의 침착함에서 쓸데없이 서두르고 긴장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한발 한발 열심히 오르다 보니, 마지막까지 기다려준 김재원 회장과 김세봉 후미대장....그리고 유순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긴장이 풀려서일까? 다리가 풀리고 더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이렇듯 느긋이 앉아 사진까지 찍히는 호사를 하고.....

순두가 꺼내 준 막걸리로 뛰는 심장을 가라 앉히며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얼마를 다시 힘을 내어 올랐을까?

저 멀리 쳐져 걷던 김상남이 빙긋이 우릴 맞으며 함께 걷기 시작했다 .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위안삼아 걸어 오르는 길

힘은 들어도 꾹꾹 눌러 참으며 앞서간 친구들을 따라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의 풀린 다리로는 더이상 빨리 따라 오르기란 무리다.

나의 지친 다리와 터질 듯한 심장소리를 들었는지.......

앞서가던 재원이 나의 널부러진 모습을 카메라에 연신 담아낸다.



앞서 간 친구들이 중간 전망대에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 여유롭다.

연두빛 잎새 사이로 강둑을 집어 삼킬 듯 거친.......

허지만 소리내지 않고 흐르느 황토빛 강물에서 어릴적 장마빗 속의 한강을 기억해 낸다.

철부지 어린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했던 성난 물결.

집채가 떠내려오고 온갖 집기와 가축들까지 떠 내려 오던 그 시절.....

홍수로 차오르던 물에서 공포를 느꼈던 그 때에는 거의 모두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웠었는데.......

저 물빛만 보면 그렇게도 무섭기만 했던 옛날의 기억들이 오늘만큼은 그저 한가롭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팔당댐에서 한숨 멈추고 검단산과 예봉산을 사이로 그저 제 발걸음을 옮기는 물줄기를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

우리의 인생도 잠시 쉬어가며, 제 갈길을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젊었던 시절의 검은 머리에는 어느덧 서리가 내리고.....

하나 둘 늘어가는 이마의 골만큼 우린 조금씩 나이테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가 싶다.

더 늙기 전에......

더 아프기 전에......

더 병들기 전에.......

내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걸어보자!

비록 이길이 거칠고 힘들어도, 내일보다야 덜하지 않을까?

앞 뒤로 함께 걸어주며 내 숨소리 들어줄 친구가 있을 때 용기내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앞서간 팀보 뒤따라 오르는 후미팀들의 눈에도 한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만난 1진 낙오병 한 친구가 또 우릴 기다리며 반갑게 맞아준다.

남양주의 신흥 호족 - 박준호!

예봉산을 자주 올랐다는 그도 힘에 부친듯 연신 격한 호흡과 함께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연신 훔쳐낸다.






언제나 뒤쳐진 친구들을 보듬어 오르는 신사 - 김세봉

오늘도 한결같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허허허~ ♬

하나 둘 낙오병(?)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인생을 즐기고 산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친구들이 늘어나는게 좋다.

맑고 싱그러운 숲의 내음에 젖어 보기도 하고, 시시각각 울고 웃는 하늘의 표정도 읽어가며..... 

느림의 미학을 터득해 가는 산행!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품어주고.......

잘잘못을 떠나 모든 산객들을 싫은내색 않고 안아주는 산 속에서 그저 우린 떠들고 웃으며 걸어 들어가면 되는거다.


그들도 보았고......

뒤이어 오른 우리도 함께 보았다.

그들이 느꼈을 그 느낌을 뒤따라 오른 우리도 함게 느꼈다.

서로 다른 카메라에 담겨진 그림이지만.......

어찌 같은 장소 같은 방향을 향해 우린 카메라를 들어 밀었을까?

좋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선은 누구나 같은 것이 아닐까?

다만 빨리 걸어서.....

바쁘게.....

여유없는 삶에서 놓치고 지나쳐 버린 것은 없었을까?

.

.

.

지금 산에 들어서만큼이라도 천천히 챙겨보며 느껴가며 걸어보자. 우리의 인생도






다리에 근력이 떨어져 뒤처진 친구들아!

그래도 우린 볼 것 다보고(앞서가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쬐쏭) 사진으로 추억을 만들어 가며 가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더냐!

배고프면 먼저 점심들을 먹겠지......ㅋㅋ

아직까지는  그 어떤 카메라 화소수 높은 카메라나 AI 보다 선명하고 또렷한 우리의 두눈과  머리로 광대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내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복이냐!


아름다운 강산 ......그 안에 친구들과의 소소한 나눔으로 인한 행복!

함께 걸으며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이 없는 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많은 국회보다 더 큰 울림으로 가르침을 주지 않더냐.


정상에서의 기쁨을 얼릉 접고 선두팀은 허기진 배와 각자에게 담겨 있을 맛난 점심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부지런히 자리를 떴다.





팔부능선쯤에 도달했을 때.......

젊은 날 펄펄 날던 독사 김상현이를 비롯해서 춘천의 백작 오진탁과 남양주의 터줏대감 강홍렬....그리고 당구계의 신흥 강자

현 용당회 회장까지....아참 마르코 최인규까기.......

이젠 마음이 느긋하다.

용두팔의 주류 중산층과 합류하였으니 걱정이 없다.

드디어 천마지맥의 꼭지점 -  예봉산 정상에 올랐다

두물머리를 향해 보면 좌청룡 우백호의 중심에 예봉산이 자리하고 있는 명산으로 '산을 향해 제사를 지낸다'라는 옛 뜻을 품고

있으며, 예봉산과 예빈산을 일컬어 '큰 사랑산' '작은 사랑산'이라고 불리었다는 작은 듯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영산에 올라

잠시 호흡을 가지런히 해 본다. 


울리봉 너머리 사시사철 푸르다는 북한강과 장마철이면 황하처럼 누런 물이 흐른다는 남한강이 합류되어 만나는 두물머리의

경치와 멀리 적갑산과 운길산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산.

봄노래 흥얼대며 푸른 바람이 넘실대는 산자락의 아기자기한 풍광들.....

고갯마루에서 만났던 하얀 꽃들의 웃음소리도 깔깔대며 함께 오르는 산.

그 산위에 내가 있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가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

우린 이 소중한 시간과 기억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예봉산 정상에서 재혁이 친구들 하나하나의 추억을 담아내느라 오랜 시간을 봉사했다.

덕분에 나도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종대가 찍고 간 사진>


<뒤 따라 오르며 내가 찍었던 사진>

앞선 사진에서도 느꼈듯, 비록 같은 길을 걸었지만 시차가 다른데도 우린 거의 같은 느낌으로 사진을 찍었을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선이 같다는 사실 앞에 이 글을 짜집기하면서 스스로에게 무척 놀란다.


봄 사을 걷는데........

왠지 가을 냄새가 나는 사내!

오늘 기철이와 함께 걸으며 본 친구의 냄새는 무뚝뚝하면서도 알아서 찾아하는 상남자 - 가을을 사랑할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살짝 미소를 띄우면 아직도 몇몇 아낙을 녹여줄 듯한 .......

그의 말투가 갑자기 듣고 싶어진다.



드디어 율리봉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1시가 넘어서는 시각 아직도 앞서 간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다들 힘이 힘이 들어 잠시 쉬면서 아직도 따라오지 못한 후미를 기다린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숲속의 나무들처럼 동화되어 멋스럽다.


저 숲속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솔솔 맛난 음식 내음도 코끝을 간지럽힌다.




드디어 그곳에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반갑게 내미는 손길이 따뜻하다.

늦게 도착하는 친구들을 위해 먼저 밥상을 차려놓고,  하나 둘 도착하는 친구들 입에 맛난 고기 한 점 넣어 주는 그 선량함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뒤늦게 도착한 마지막 한명까지 다들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가 준비해온 음식들을 내어 놓는다.

쭈꾸미와 불고기, 삼겹살에 전복 버터구이, 부드럽게 삶아 온 문어 숙회와 홍어무침, 적당히 삭힌 홍어회......

정성스럽게 담아 준 아내들의 반찬들은 채 펴보지도 못한 상현이는 울상이다!

"제발 부탁인데.....정갈하게 담아 준 과일만큼이라도 남김없이 먹어라'고 하소연 하는 그 애절함이란~~~~

비닐팩 가득이 담아 준 재원이 아내의 정성은 깍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아직도 말 못한 정성들이 가득한데........

그 이야기들은 다음 산행을 위해 배낭 속에 담아 두기로 하자.


김용회가 내 무릎이 안좋은 것을 알고 직접 꿀벌을 잡아 와서 내무릎에 불법시술(?)ㅋㅋ로 벌침을 놓아주는 마음 씀씀이에 감복!

친구를 생각하며 벌을 잡았고......

그 벌이 죽지 않도록 먹이를 주어가며, 여기까지 가져와 함께 놓아주고 직접 자신의 무릎에 시현을 보여주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먹을 것 다 먹었으니......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가늠하여 정조준하고 있는 저분은 누구?



성질 급해서 앞서 내려간 친구들은 잘 내려가고 있겠지?

항상 뒷전에서 머뭇기리는 일행은 오늘 추억을 함께 담아 본다.

60평생을 넘게 살아왔는데, 아직도 뭐가 그리도 바쁜지.........

얼릉 산을 내려가 집에 두고 온 마나님 엉덩이 한번 더 만져 주고 싶어서 내빼었는지......



산아래 싸리나무집에 예약해 둔 씨암탉 볶음탕은 2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쉬엄쉬엄 내려서는 길.

오늘 늦은 죄로 헐레벌떡 뛰어오르면서도 혹시나 못 만나면(?) 씁쓸한 술 한잔 나누고 싶어 팔당 구멍가게에서 사둔 생막걸리를

풀었다. 용회는 친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남겨둔 야관문을 배냥에서 꺼냈다.

술에 취한(?) 순만이의 원맨쇼 앞에 다들 박장대소를 하며 먹걸리와 야관문을 나누어 마신다.

인생도 빨리 앞서가 성공한 친구도 있는가 하면 늦게 대기만성하는 친구들도 있듯이, 산행길에서도 하나를 얻으며 하나를

놓치기 일수다.

앞서간 친구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걸어 내려갔을까?


아직도 보고 싶은 구석구석이 많다.

자꾸 등뒤를 잡는 산 속 친구들 때문에 걸음이 늦어진다.




계곡 물에 발담그며 하루의 피로을 푸는 친구들....

게 중에는 취기에 경범죄(?)에 해당할 만큼의 야한 벌거숭이 친구?!?!?!?!?

그 친구와 마음이 동해 찐한 키스를 연출해 내는 너는 누구냐???

그래도 다들 시원한 냇물에 오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덕분에 많이들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상큼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지금쯤 씨암탉 볶음탕도 구수하게 그 맛을 더해가고 있겠지?




용두팔의 두 무감각(?) 건각들이 후미를 책임지며, 못내 시원한 물소리와 그 향수를 못 잊는 모양이다.

다음 산행에는 좀더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겠지.

8월의 보신산행까지 기다릴 것도 없을 듯 싶다.

시원한 계곡물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하고 그 마음 그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힐링 아닐까?

다만 혹여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싸릿골 닭볶음탕 맛집으로 내려서는 길....

밭고랑에는 한참 봄 푸성귀들이 푸릇푸릇 맛이 익어가고 있다.

굵은 대파는 벌써 꽃이 피고 제 몸 가누기도 힘겨워한다.


드디어 다들 하산을 마쳤고.......

오늘 산행에 대한 뒷풀이는 남양주의 호족들인 박준호, 강홍렬이 주축이되어 예봉산을 찾은 친구들에게 호탕하게

한턱 내었고.......우린 조금씩 오늘 회비를 갹출했다.


다들 오늘처럼 건강하고, 다음 산행에서는 보다 더 많은 친구들의 밝은 웃음과 행복 가득한 표정들을 대하고 싶다.

언제까지 옛날 이야기를 안주삼아 추억을 이야기 하기보다 자주 만나서....

어제의 추억을 ...

그리고 내일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아직도 젊은 형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섬돌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