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친구)

용두팔-2023년6월 검단산 산행기

섬돌 2023. 6. 19. 10:34

산행 일시 : 2023년 6월18일 10:00~ 17:00

등산 코스 : 애니고 - 유길준 묘역 - 능선 안부 - 전망바위 - 헬기장 - 검단산 정상 - 팔각정- 약수터- 계곡길 -현충탑- 애니고

참석 인원 : 조병국,박찬정,박창현,정승수,강홍렬,이문호,이동관, 박준호,김종권,최인규,송필만,용명원,이장원,

                   박종걸,김세봉   15명

 

용두팔 등산을 앞둔 날이면 해맑게 웃고 떠들며 동심으로 돌아갈 생각에 괜시리 밤새 뒤척이곤 한다. 

연일 폭염이 시작된다는 메스컴의 특보에도 불구하고 검단산 역 출구에 오늘 용두팔 등산을 위해 참석해 준 친구들!

50년전 까까머리 철부지들로 만나 이젠 초로(初老)의 하얗게 내려앉은 백발들로 함께하는 친구들이지만 만날때마다 여전히 천진난만한 고딩때의 추억여행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자차를 이용해 미리 입구에 와서 기다려준 친구들과 만나 등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 산행에 대한 전반적인

코스 설명과 안전 산행에 대한 회장님의 당부를 귀담아 듣고 출발~~~~

쏟아지는 햇살을 막아 선 - 우거진 유월의 숲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친구들!

산길을 걸으며 주섬주섬 잊고 살았던 추억들을 불러내며 오늘이라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며 걷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이지만 산행을 할 때 만큼이라도 느린 걸음으로 걸어 보자.

느리게 걸으면서 친구의 호흡도 느껴보고, 성큼성큼 달아나 버린 지난 삶과 서로의 안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올라보자.

검단산 숲의 정령들이 웃고 떠들며 오르는 오래된 친구들의 산행을 허리 구부려 귀담아 듣고 있는 듯 하다.  

 

첫번째 휴식터로 유길준 묘역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관심있는 친구들은 묘역에 올라 둘러보기도 하고......

헐떡이는 숨을 잠시 내려 놓고,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도 식혀가며 숲의 향기에 몸과 마음을 담가본다.

멀리 하동에서 올라 온 장원이는 용두팔 산행에 담겨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더위를 먹어서일까?

과격한 사랑표현도 아끼지 않으며 오늘 산행에 푹 담겨 숙성해져 가는 듯하다.

멋지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친구가 멋지다.

이제 나이들어 철이 들었을 법도한데, 여전히 용두팔 산악회에는 공비출신들이 많은 듯 하다.

앞뒤로 다니며 사진을 찍기에는 이젠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박차고 오르는 박창현! 

산을 오르는데는 무조건 장원을 했다는 해병대출신 이장원!

산행에는 냉철한 정신으로 올라야 한다는 박찬정!

그나마 회장을 맞아 뻐꾹뻐국 산행을 이끌며 천천히 걸어주는 조병국 회장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나머지 친구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오르고 또 오르고........

후들후들 따라오르면 "옛날 꼬래비로 오르던 승배를 기억하며 .....승배왔어! 출발~~"하며 또다시 치고 올라가는 공비들을 우짜면 막을 수 있노????

 

회장단이 바뀌고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박준호가 한숨을 내 쉰다.

작년까지는 내 발걸음 앞으로 그 누구고 나서지 말라며 세월을 낚으며 걷던 박대장의 그시절이 그립다.

그래도 다들 행복한 표정들로 함께 오른다.

드디어 전망바위 쉼터에 앉아 편안한 모습들이다.

오늘 산행은 각자의 배낭에 짊어지고 온 친구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들이 하나 둘 풀어 헤쳐질때 마다 -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깊어간다.

무더위에 지치지 말라고 온갖 제철 과일을 쌓아온 친구들의 자상함에 그저 고개가 숙여진다.

 

산아래 펼쳐진 두물머리 한강을 내려다 보며 모든 시름을 내려 놓는다.

반짝이는 햇살 사이로 살랑살랑 시원한 강바람들이 따라오르며 더위를 식혀준다.

우리는 한뼘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뼘 더 젊어지고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드디어 점심시간!

숲길 한켠 그늘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배낭 속 맛난 먹거리들을 풀어낸다.

요즘 주식시장에 은행주는 시들하지만, 필만이가 준비해 온 은행주는 여기저기 인기가 높다.

술 한잔이면 얼굴에 단풍이 드는 병국이도 오늘은 커다란 얼음팩에 가득 담겨진 캔맥주들......

종권이가 준비해온 정상주 -꼬냑 위스키인지는 맛보기도 전에 품절되었다.

담겨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여~~~~

맥주는 시원한 얼음 팩에,

친구들 해맑은 웃음은 선명한 사진 속에,

장원아! 멀리 하동에서 잊지말고 용두팔 산악회에 참석해 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내 마음 속에  너의 따뜻한 마음과 호탕한 웃음, 그리고 과격한 사랑 꾹꾹 담아 놓을테니 자주 보자.

사랑은 좋은 것이여~~~~

 

그러고 보니 후미에서 정말 거친 숨 내쉬며 따라오른 친구들 이름은 하나도 없네?

그래도 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다들 알고 있지~~~~~~~~

 

사방이 뻥 뚫린 검단산 정상에 우뚝 선 용두팔의 건각들!

오늘 이 사진 속에 보여지는 아름다운 미소를 오랫동안 함께 하고 픈 친구들!

건강하자....그리고 자주 보았으면 좋겠다.

계곡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푸르름이 가득한 숲 속에 작은 길을 내어 주며 그늘을 선물해주는 유월의 나무들!

갸녀린 허리로 서로를 의지하며 숲을 이루고 삶을 엮어가며 향기를 나눠주는 산길에서 나를 보고 우리를 보게 된다.

앞서 간 친구들과 뒤 따라 오는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있어 오늘의 산행이 행복하듯.......

우리의 삶도 함께여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음을.... 

 한강과 하남시가 빼꼼이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 - 시원한 샘터가 있어 다들 더위를 식히고 나뭇그늘에서 쉬어간다.

숲과 한몸이 되어 걷는 것도 힐링이지만, 가끔씩 쉬어 가며 보고 느끼는 산그늘 아래에서의  느긋한 휴식도 행복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해서일까?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햇살을 맞고 있는 산수국 무리와 노루오줌(?) 꽃들이 마중을 받으며 내려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침엽수림길!

얼마를 걸었을까?

물내음을 맡은 병국이 잠시 쉬어갈 곳을 찾았다.

산행으로 지친 심신을 내려놓고 다들 재잘재잘 수다들로 물소리가 묻힌다.

버들치라고 설명해 주는 창현이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송사리같다는 동관에 계곡은 시끄럽기만 하다.

그래도 다들 버들치면 어떻고 송사리면 또 어떠랴~~~

중태기라는 촌님들의 설명도 덧붙여 다들 웃고 떠들며 족욕을 즐기는 시간!

다음 오봉산 산행에는 더 많은 친구들의 깔깔대는 웃음 소리를 듣고 싶다.

마지막 산길을 벗어나 개망초 꽃들이 가득한 밭길을 지나 드디어 오늘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워 줄 유복 칼국수집으로 내려 섰다.

쭈꾸미 햄물 부추전 과 오삼불고기.....그리고 복해물 칼국수로 맛난 식사를 마치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다.

우린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다음 산행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직 풀어내지 못한 추억도 꺼내어야 하고, 새로운 추억도 만들어 갈 거다.

우리를 언제나 변함없이 반겨주고 있는 산에서 다리에 걸을 힘이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친구들~~

오늘 안전 산행, 즐겁고 행복한 산행 - 함께 해줘서 고맙고,  다음 만날때 까지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좋은 만남 - 용두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