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 그림자(습작) 120

고향상념

고향상념 - 섬돌 정승수 - 엊그제 놀던 높고 덩치 큰 앞산은 근육이 몽땅 빠져버린 요양원 노인네처럼 야위고 작게만 보이고 누렁 송아지 힘차게 날뛰던 푸른 언덕은 고독한 잡풀들 푸념소리 뿐 여름내 애틋한 쓰름매미 울음 소리도 비켜 선 계절 속으로 잦아 들고 허리 굽은 느티나무는 곱게 단풍이 들어만 가는데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가슴 속으로 고추잠자리 한 마리 동심원을 그리며 날아드네.

나는...

나는... - 섬돌 한겨울의 긴 고랑을 뒤척이며 거침없이 고개를 바짝 세운 채 일어서는 청 보리처럼 곧고 푸르게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추위에 떨며 별빛 쏟아지는 밤바다를 건너고 봄바람 따뜻한 입김 맞으며 설레는 심장으로 꿈을 키우다 보면 별에 닿을 줄 알았습니다. 내 안에 겹겹이 쌓이는 욕심들 쓸모없는 허상을 붙잡고 울타리 밖 자유도 꿈꿨습니다. 찔레 꽃 하얀 꽃내음이 날아들던 어느 날 문득 타인의 눈으로 보게 된 나는 철부지 울음 가득한 선재였을 뿐입니다.

약속

약 속 - 섬돌 정승수 오늘은 왜 자꾸 당신에게 눈길이 갈까요. 무심코 툭 내 뱉던 거친 말들이 옹졸했던 치부를 덮으려던 부끄러운 내 몸짓이었음을 먼 고갯길을 넘어선 이제야 알 것 같아요. 곧잘 다투고 토라졌던 속 좁았던 날 보며 고독한 눈빛으로 속울음을 삼키던 당신 여리고 고왔던 꽃다운 젊음 겹겹이 쌓인 아픔들이 빛바랜 초상으로 겹쳐지는 당신 얼굴. 새롭게 눈뜨는 아침 더 이상 힘들거나 아파하지 않도록 기도하며 사랑을 키워갈게요. 당신 내 곁에 오늘처럼 항상 함께 해줘요.

찔레꽃

찔레꽃 - 섬돌 정승수 가던 발걸음 붙잡는 토닥토닥 빗방울 작은 속삭임 소리. 뒤돌아 다시 보니 해맑게 웃고 선 하나 가득 찔레꽃 무덤. 늘 무심코 지나쳤던 예쁜 오솔길 작은 숨소리 하나 큰 울림으로 가득한 그 곳. 지난해처럼 그리운 마음 소복이 올해도 키워 내었네. 함께 올랐던 산모퉁이 갓길 풋풋하고 여린 어릴 적 그리움. 엄마가 꺾어 주던 찔레 순 아린 맛 하얀 눈망울 속 애틋한 추억만이 온통 가득하네.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코로나19) - 섬돌 정승수-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 비오는 날만 나는 웁니다. 숨겨 두었던 속울음 장맛비 속을 헤집고 떠돕니다. 잡초가 무성한 언덕빼기 홀로 누워계신 어머니 요양원 창문너머 휠체어 외로움 가득한 아버지 먼발치 눈인사밖에 내 보일 수 없는 마음 오늘따라 빗방울 소리 사방 가득이 불면의 밤이 깊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