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 그림자(습작) 120

관악산행

관악산행 온몸으로 타는 태양을 이고서도하이얀 이를 내보이며                        밝게 웃는 팓배나무 꽃잎들이                  오늘도 문을 열고 반깁니다. 반짝이는 민대머리 위에서는반백의 나그네가 세상을 호령하고혼비백산 날아가 버리는 산새의 날개짓에나는 허공에 너털웃음을 날립니다.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우리네 살림살이는  마치 장난감처럼 내 손에 잡히고눈을 들어 파랗게 열린 하늘을 보면선계의 가장자리에 서있음을 느낍니다. 당신은 항상 여기에 서서빙긋이 바라다보며 웃고있지만흑혈의 육신으로 오늘을 사는 나는당신의 존재를 잊고 사는 범부랍니다.             2001.5.12일          관악산 연주암에서...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 산새 날아와 산머루 넝쿨에 앉아 웃고있어요.당신의 맑은 눈동자에 넋이 나간 듯애틋한 사랑의 눈빛을 좇아 알 수 없는 웃음으로 얘기하네요. 벌들이 보라빛 제비꽃잎에 들어 엿듣고 있어요우리에게 들킬까봐 숨소리 다독거리며아름다운 소곤거림의 골을 찾아 감추어진 사랑을 궁금해 하네요. 산바람 물소리 온 누리 하나되어 반겨주고 있어요..우리의 순수와 사랑이 당신품안에 잉태함을먼 옛날 오늘을 돌이켜 부끄럼 없도록진솔한 마음으로 행복하기를 소원하네요.     2001년 蘭의 생일을 맞아   통도사-우이동 골짜기를 생각하며...

북한산행

북한산행 물안개 자욱한 북한산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신선한 바람이 잠덜깬 내 가슴을 촉촉히 적시어 오고, 아름다운 새소리 날아와 부시시 눈뜬 내 품속에 살포시 안긴다. 잔설을 딛고 선 진달래 가지엔 아직도 봄이 요원하기만 한데, 상춘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며 성급한 봄빛을 찾아 눈길 헤멘다 아 ! 봄은 벌써 내 맘속에 와 있는데...   2001.  3.   3일에

일영 교무부의 밤

촛불 기도 어둠이 덮인 일영의 밤 고요한 적막이 별빛을 타고 내린다. 환희와 기쁨으로 충만되어 해맑은 눈빛으로 춤추던 젊음. 37인의 작은 영혼들이 모여 커다란 소망으로 타고 있다. 가녀린 염원을  사루며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 시간. 합장한 우리의 열림이 이 밤을 새워 환한 세상으로 화하였으면... 나무 석가모니불. 1990년 12월 9일 제 10회 교무부의 밤에서

꿈하나

꿈 하나 하루 하루가 새롭다. 부시시 눈을 뜨면 어젯밤 잠자리에 들던 그 이부자리이건만  세상은 온통 다른얼굴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시시각각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무능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진흙처 럼 질척한  피곤을  떨치고 일어나야만 한다. 진한 커피향을 깊게 들이키고 난 뒤 메마른 생존을 위해 콘크리트 숲을 헤집고 여러 군상속으로 몸을 던진다.  갈수록 황폐해져만 가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무심코 바라본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어둠의 잎이 작은 내 그림자를 드리울때면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온통 설움이 복받친다. 파란 잉크빛 하늘도- 아가의 눈빛처럼 해맑은 별빛도 - 첫사랑의 상큼함처럼 싱그러운 공기도- 아득히 잊혀져 가고 있다.  하지만 따스한 가슴으로 피어나는 ..

다시 생각해 본 사랑

다시 생각해본 사랑 오늘밤은 유난히도 덮다. 이마를 가지에 묻고 잠을 청하려는 새 순들을 뒷산 꼭대기에서 숨어보던 달님이 안스러운 듯 고개를 떨쿠을 때면...... 개굴 개굴 개굴...... 여름이 오는 소리를 알리는  개구리 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이에 질세라 풀벌레 울음소리 온밤을 흔들어 깨우던 어린시절 오월의 밤. 무더운 밤이면 논두렁에 앉아 어둠속의 오페라를 들으며 밤을 지새던 옛날을 기억해 내고 싶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옛글을 주섬주섬 챙기다가 문득 89년 9월 교무부 하반기 구도 법회건으로 법우들에게 동참을 구하기위해 썻던 글이 눈에 띄었다. 『생략, 공해에 찌들린 도심에서 우린 달빛도 별빛도 잊어버린채 텅빈 가슴으로 살아가고, 비오는 날이면 포도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온 몸을 적시며 정처..

광대

광  대                                                주어진 시공속에서 당신을 울고 웃기는 나는 무대위에 발가벗은 광대입니다. 오늘도 웃음을 팔고있지만 무대 저 뒤편에선 눈물도 훔칠 줄 아는 광대랍니다. 밝은 불빛과 쏟아지는 박수 순간의 감동과 사랑이 한 찰나로 사라진다할지라도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의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한 몸으로 숨쉬고 싶습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존재함을 잊지 않기에 가슴속 저 밑 둥에 감추어둔 내 삶의 정열을 모두 토해내렵니다. 그리고 불 꺼진 무대 뒤편에 홀로 서서 오늘의 자신을 반조해 보고 삶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광대랍니다.     2001년 2월 5일에..

선인장꽃

선  인  장  꽃   베란다에 빠알간 꽃 한송이가 슬픈 얼굴로 나를 올려다 봅니다. 터질듯 .. 애틋한 얼굴은 잃어버린 당신의 초상입니다. 난 살며시 문을 열고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따스한 바람과 포근한 내 체취에 당신은 더욱 빨갛게 웃고 서있습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듯 나도  한참을 그렇게 설램으로 서있습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서로의 눈맞춤속에 시공을 떠나버린 상념들이 눈으로 내립니다. 따스한 사랑이 내립니다. 그리고 우린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얀 겨울에 빠알갛게 피어난 당신의 얼굴에서 난 행복을 꿈꾸고 있습니다. 2001년 1월 어느날의 낙서 .. (선인장 꽃을 보며.)    -섬돌 -